'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정말 그랬다. 이 문장은 내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서 얻는 희열과 성취감의 실체를 여실히 들어내 준다. 딱 이 정도 맛에 만족하고 더 깊게 탐구하지는 않았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팩트풀니스>에서는 우리가 모든 세상의 문제를 단순화하고 패턴화하고 일반화하는 사고방식을 여러 가지 본능에 빗대어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본능에 충실한 다수의 감각적인 디자이너들은 좀 더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명료해 보이는 시선으로 문제를 접근한다. 창의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사고가 큰 강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의외의 관점으로 메타포를 반영하거나 컨셉츄얼한 아이디어를 실체화해낼 수 있다.
이렇게 길러진 디자인적 문제해결능력은, 의뢰가 들어온 서비스·제품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지 않고도 꽤 훌륭해 보이는 해결책을 낼 수 있다. 제삼자 입장에서 또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제품을 진단하여 대안을 제시한다. 자신이 제시한 해결책들이 매끄럽게 스토리텔링 되어 프레젠테이션 된다. 그리고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업무 패턴은 반복되면서 자칫 자신을 점점 전문가로 생각하기 쉽다. 도처에 널린 수많은 문제들과 싸우고 있는 그들(의뢰인)은 해법을 몰랐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분석 방법론과 컨설팅 노하우는 상황과 히스토리가 전혀 다른 여러 현실 케이스들에 반복되어 적용한다.
사실 우리의 컨설팅은 프로젝트 현업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대게 현업 구성원들은 우리가 제시한 이상적이고 명료한 개선안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운영과 한정된 자원을 포함한 다양한 개발 이슈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지 못한다는 게 디자인 컨설팅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전략이 실제로 반영되는 경우가 줄어들고, 반영되더라도 기약 없이 늦어져 실제 전략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성과 측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진짜 전문성은 증명된 성공 사례와 경험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다. 그래서 언젠가 전문가가 되려 한다면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비스·제품 팀에 합류하여 오너십을 갖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상황과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대안을 찾고, 구현까지 드라이브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저 반응과 행동을 측정해서 실수와 실패들을 겪을수록 한 발자국 나아간다고 보면, 난 제품 팀에 합류한 올해부터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끝으로, 페이스북 피드에서 우연히 접했던 스티브 잡스의 MIT 강의 영상을 공유하며 책 <팩트풀니스>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