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은 재고를 싸게 빠르게 팔아서 창고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 나의 재고 정리 개념이다. 모든 재고정리 상품은 각각의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지만 재고정리 상품이 되는 과정은 비슷비슷하다.
재고정리 상품이 기획부터 재고정리 상품일 리는 없다. 모든 재고 정리상품도 처음에는 기획자의 원대한 계획으로부터 시작된다. 베스트 셀러 상품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찬 상품이 어두운 창고에서 수년간 먼지가 쌓이면서 희망은 실망이 되고 실망은 무심이 된다. 책임자가 원가도 안되는 가격에 팔겠다는 가슴 아픈 결심을 하는데는 최소 몇 년이 걸린다. 그 결심이 서면 그냥 할인 상품은 비로소 재고정리 상품이 된다.
오늘의 재고정리 상품은 애쉬로 만든 거실장이다. 원룸, 미니멀, 싱글족이란 키워드에 맞춰 만들어진 거실장이다. 나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거실장이 과거에 왜 안 팔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미니멀 가구 스토리를 말하자면 200자 원고지 200매는 나오겠지만 나는 이 거실장과 웃으며 헤어지고 싶어서 그 사연을 말하지 않겠다.
잘 팔리는 것은 이유가 있고, 안 팔리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때는 안 보이는 게 지금은 보인다. 지금 안보이는 것도 몇 년 뒤에는 보일 것이다. 나는 고작 몇 개의 스테디 셀러를 만들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재고정리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그냥 저냥 팔리는 그 몇 개의 상품으로 팀원들과 월급을 나눠 갖고 남은 돈으로 간신히 삼겹살을 굽고 있다. 나는 언제나 지금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미래에 재고 정리 될 상품을 베스트 셀러가 될 상품으로 착각하며 오늘도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큰바다가구점에서는 재고 정리 상품을 판매 해왔고, 재고정리 상품을 앞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