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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Oct 17. 2018

달과 6펜스


- "인간이 남의 일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살 수 있을까요?"

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이 것은 그에게 말한다기보다 오히려 나 자신에게 묻는 말이었다.


- 당신 역시 살기 위해선 하나에서 열까지 다 남의 신세를 지고 있는 겁니다. 완전히 남을 떠나 자기 혼자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언제고 병이 드는 수도 있고 쇠약해져 늙어버리기도 하겠죠. 그렇게 되면 역시 먼저 알고 지내던 동료에게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위로와 동정을 바랄때가 닥쳐올텐데 그럴 때 당신은 부끄럽지 않을까요? 당신은 되지도 않을 일을 하려는 거에요. 머지않아 당신 속에 있는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공통된 인정을 동경할 때가 찾아올 겁니다. 


- 사랑은 놀라울 정도의 흡수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껍질 속에서 끌어낸다.


- 아무리 앞을 내다보는 인간이라도 마음속으로는 막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종말이 올 것이라고는 실감할 수 엇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가 환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육체를 제공하고, 이성으로는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환각을 현실 이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인간을 조금은 자기 이상으로 만들고, 조금은 자기 이하의 것으로도 만드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랑하는 자는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다. 즉 이미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물건, 자신의 자아와는 거리가 먼, 어떤 목적에 대한 도구로 변하는 것이다. 사랑은 감수성이 전혀 부족되는 일은 없는 것인데, 스트릭랜드는 내가 알고 있는 인간 중에서 그런 종류의 약점을 가장 덜 지닌 사람이었다.


- 당신이 왜 블랑시 스트로브에 대한 감정에 지고 말았는지 이제서야 겨우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하고 나는 말했다. 

어째서?


당신의 용기가 좌절된 거요. 당신 육체의 허약이 당신의 영혼에까지 옮아간 거요. 어떤 끝없는 동경이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동경 때문에 당신은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정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목적지를 구하여 위험하고 고독한 길을 헤매고 있는 겁니다. 아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신전을 찾아 방랑의 여행을 계속하는 영원한 순례자와 같을 거에요. 당신이 지향하고 있는 것이 어떤 불가사의한 열반인지 나는 모릅니다. 당신 자신은 알고 있겠죠? 아마 당신이 구하고 있는 것은 진리의 자유 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잠깐동안 사랑 속에서 구원의 손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떄도 있겠죠. 당신의 지친 영혼은 여자의 팔에서 휴식을 구했죠.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자 당신은 그 여자가 미워진 거요. 여자에 대해 가엾다는 생각을 전혀 느끼지 않았어요. 자기 자신에게도 가엾다는 생각은 조금도 느끼고 있지 않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당신은 두려운 나머지 그여자를 죽여버렸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가까스로 모면했던 그 위험에 대해 아직도 떨고 있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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