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유행까지는 그래, 뭐,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그땐 출퇴근 거리가 길어 밖에 머무르는 시간이 꽤 되었고 몸과 정신이 같이 피곤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크게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마스크 너머로 잠시나마 바깥바람을 맞고 일터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드는 일상을 사랑했다.
지금은 다르다. 집-회사의 일상이 단조롭다 못해 부스럼이 날 지경이다. 고작 20분 남짓의 출퇴근 길에는 차 안에만 있고 퇴근 후와 주말엔 갈 곳이 없다. 바깥 날씨와 풍경을 제대로 느껴본 지 오래다. 그 어디보다 카페에 너무 가고 싶다. 노트북과 다이어리, 읽을 책을 들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어느 날의 일상 같은 장면을 그리워한다.
나만 답답한 게 아닐 텐데. 코로나 블루를 검색해 사람들이 내뱉는 탄식을 뒤적거려 본다. 나 혼자가 아니라 지구인 모두가 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다가, 또 남과의 비교로 위로를 찾는 내 모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기력한 날들이 늘어나는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절망을 학습하는 것. 그러니까 무기력에 익숙해지는 것, 생기와 활력을 잃는 것, 언젠가 찾아올 자유를 누리는 방법을 다 까먹어 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면죄부도 주지 말고 지금의 움츠림을 사랑해 주어야겠다고 작은 다짐을 해 본다. 어떤 것을 놓치지 않겠다고 아득바득 붙잡는 것보다, 붙잡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너르게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은 것들을 구원할 것이다. 사랑보다 힘이 센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