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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an 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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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화내서 미안해. 화낼 일도 아닌데 괜히 화냈어. 내 성질머리가 너무 고약해서 그래. 이놈의 성질 좀 고쳐야 돼.」

―맞아, 아는구나. 그놈의 성질머리 누굴 닮아서 그래? 근데 이렇게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게 다 나에게서 배운 걸 테니까. 네가 반성할 때마다 나는 더 크게 뉘우치게 돼.


「편하기도 하고, 늘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서 내가 소중함을 모르고 막 그런 것 같아. 이 못난 동생을 용서해 줘.」

―네가 날 미워할 수 없듯이 나도 널 미워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그러니까 우리 사이엔 용서 없는 사과만 있을 뿐이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게 된 것처럼, 모든 인과관계를 무너뜨리는 일인 거지.


「사랑해. 만약에 언니가 코 파서 내 얼굴에 묻혀도 언니를 사랑해 줄 수 있어. 그렇다고 진짜 하진 말고…. 뭐, 오늘 일 쉰다고 했지? 그럼 나랑 야식 먹을래? 내가 살게. 화해의 의미야.」

―나도 널 사랑해. 네가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네가 가장 약할 때 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뛰어가 네 앞에 서서 너를 지킬 거야.


「나 새사람으로 태어날 거야.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좀 고치고 성실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어. 그래. 나도 사랑해.」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기로 다짐한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도 아는 거야. 그치? 그러니까 ‘그래’라고 말한 거지?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보자. 안녕. 아, 그리고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언니가 내 언니라서 고맙고, 늘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아침에 보자’고 인사하는 사이가 얼마나 낭만적인 관계인지 너는 알까? 사실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언젠가 이 집을, 우리가 나눠 쓰는 이 방을 떠나야 한다는 게 슬프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아. 언제까지고 네 옆에 있을게. 나약한 나지만 네게만은 가장 단단한 나무가 될게.


「성질 고약한 ○○이가.」

―못돼 처먹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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