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당신과 당신. 첫 번째 당신은 여느 때처럼 말없이 웃고 있었고. 두 번째 당신은 말없이 나를 토닥였지. 세 번째 당신은 그토록 기다리던, 애타게 매달리던 그 말을 드디어 해 주었어. 겨우 꿈속에서. 보고 싶었다고, 얘길 들으러 찾아왔다고. 울었어. 비명처럼. 물에 빠졌다가 건져진 사람처럼.
그와 사랑에 빠지는 건 그와 함께 죽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그러니까 falling with him은 dying with him이었다는 말을 그때도 하지 못했어. 신은 한 번에 한 가지 소원밖에 들어주지 않았어. 당신이 내 얘길 듣고싶어 해 주길 원하니 그 일만 일어났어. 젠장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어. 멍청하게 울기만 했어. 이런 일방적인 위로를 원한 게 아니었어.
차라리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손가락이 부러지고 이가 빠지고 괴물과 공룡과 귀신이 나오는 게 낫겠어. 심장이 지구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와도 상관없으니 눈을 떴을 때 그리움이 밀려오지만 않으면 좋겠어.
당신 이름처럼 희망을 살고 싶었어. 당신 이름에게 진짜 희망을 주고 싶기도 했어. 우린 초연과 불안의 관계였지만. 그 불행을 왠지 사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