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제법 차가웠던 날 우리의 첫 한강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마침 그 날이 '밤 도깨비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곳곳에 맛있는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들이 서 있었다. 줄도 제법 길었고 이미 둘 다 떡볶이로 배를 채우고 가서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그저 눈으로만 즐겨야 했다. 그렇게 구경하던 우리는 어느덧 시끌벅적한 곳을 벗어나 제법 한산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곁에 앉은 짝꿍을 꼭 안고 한참을 눈 앞에 펼쳐진 한강과 서서히 핑크빛으로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 멋진 풍경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우리 사진도 찍게 되었다. 물론 사진은 언제나 짝꿍이 찍는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난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색해진다. 이는 그 행위가 무언가 굉장히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 때문인데 내겐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카메라를 응시하며 예쁘게 웃는 일이 상당히 어색하고 부끄럽게 여겨진다.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짝꿍은 그런 나를 항상 기다려준다. 나보고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둥의 얘기로 날 더 의기소침하게 만들기보다는 카메라를 피해 숨어버리거나 어색하게 굳어버린 나를 즐겁게 찍고 그 모습 그대로 예쁘다고 해준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카메라 앞에서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조금씩 적응을 하게 되는데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보니 나로서는 매번 그렇게 웃으며 기다려주는 짝꿍이 고맙고 신기할 따름이다.
한 번은 짝꿍에게 어째서 한 번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다그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짝꿍이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다려주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찍게 될 날이 오지 않겠냐고. 그 말을 듣는데 새삼 짝꿍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그런 든든한 짝꿍과 함께 한 시간이 늘어난 지금은 내가 먼저 "우리 사진 찍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데까지 왔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하려면 때로는 이처럼 기다림이 필요하다. 서로의 다름과 속도를 이해하는 기다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