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영 Oct 24. 2016

서른,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다

스물아홉, 20대의 끝자락에 지금껏 내가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한없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던 내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물아홉이 끝이야?' 


스스로를 어른이라 생각했던 스무 살도 지나갔고 여자가 가장 예쁠 때라는 이십 대 중반도 지났다. 그렇게 무수히 지나간 다른 시절의 내가 있었듯이 스물아홉도 지나가고 서른도 왔다가 결국 또 지나갈 일. 나이 드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나이가 아닌 나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게다가 서른은 삼십 대의 시작이 아닌가. 뒷자리가 9에서 0으로 리 세팅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터졌었다. 정말 신기한 건 서른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보는 관점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 새로 시작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나이가 들수록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고 싶다. 내가 가진 잣대로 남을 비판하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 짙은 향수 냄새보다 은은한 살 냄새나는 사람이고 싶다. 그렇게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맞이한 서른에 난 사랑하는 지금의 짝꿍을 만났다. 그리고 이제 서른 하나. 전보다 조금 덜 예민하고 조금 덜 화내고 훨씬 더 행복하고 훨씬 더 즐겁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남겨두고 나의 나이 듦이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그런 빛이.


매거진의 이전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