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게 생겼다."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칭찬으로 들으며 컸다. 그래서 일부러 도도하고 더 완벽해지려고 애썼다. 칭찬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니까.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절 난 참 힘들고 괴로웠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사건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부딪히고 아파하면서 비로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눈 뜨게 되었다. 나는 상처도 잘 받고 겁도 많다. 게다가 눈물도 많고 예민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나 자신을 오해하며 살아와서 그게 잘못된 게 아니고 이상한 게 아니며 그저 그러한 성격도 내 일부라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그러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안았더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고 더는 남의 시선이나 평이 두렵지 않았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 아닐까? 그 뒤로 사람들 앞에서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고 나 자신을 바로 알고 나니 더 당당하고 담대해졌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또는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심어진 자아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나라고 알고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나'는 결국 나만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무언가 나를 아프게 한다면 멈춰 서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스스로 이해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 그 누구도 아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니까. 더 나아가 행복한 나를 중심으로 더 건강한 관계 속에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