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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Nov 03. 2017

작은 결혼식

남들이 하는 걸 안 한다고 해서 결코 부족하지 않아요.

결혼 전부터 우리는 이미 '간소한 결혼식'을 원했다. 우리에게는 40분 남짓 진행되는 결혼식보다 평생을 함께 할 '부부로서의 삶'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몰웨딩'을 선택했다.


장소도 인원도 형식도 간소하게 함으로써 우리 부부의 시작이 소란하지 않기를 바랐고 우리가 연인이 된 순간부터 우리를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해 준 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덕분에 정말 뜻깊은 결혼식을 할 수 있었다.


간소했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웨딩 플래너가 없이 진행되다 보니 우리가 스스로 알아보고 선택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원하는 바가 분명했기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결혼식 당일.


결혼식에 양가 가족분들이 다 같이 인사하고 얼굴을 보고 앉을 수 있는 다정한 공간에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와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었기에 이 날 짝꿍의 역할이 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날 와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렸고 그 뒤에 우리가 전날 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직접 작성한 혼인서약서를 낭독했다. 결혼식 초반에 어찌나 떨리던지 목소리도 떨리고 심장은 쿵쾅쿵쾅. 큰 결혼식이었으면 입장하기도 전에 쓰러졌을 게 분명하다 싶을 정도로 두근거려서 혼났다.


그리고 이어진 양가 부모님의 편지 낭독. 아빠의 편지에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는데 이후에 아버님 편지 낭독에서 짝꿍도 우는 게 아닌가! '내가 울면 달래주겠다고 해 놓고서는 어쩜...' 그렇게 옆에서 울고 있는 그를 보며 웃음이 터져서 같이 울다가 웃다가 한 기억이 난다.


어느새 떨림도 누그러지고 한결 편안해졌다. 이어진 다른 가족분들의 소중한 말씀을 들으며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했는지...


처음 우리가 이런 결혼식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들도 조금 당황하셨고 특히 부모님들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많았다. 부모님들은 우리를 잘 아셔서 우리가 결혼을 한다면 이런 소박한 결혼식을 선택할 거라고 이미 예상은 하고 계셨지만 그래도 막상 가족들만 참석하는 결혼이라고 하니 주변에 어찌 전할지 조금은 마음이 무거우셨던 것 같았다. 그러나 너무나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이 모두 기분 좋게 찬성해 주셨고 양가 친지분들도 서운한 마음보다는 믿음과 응원을 더 많이 보내주셨다.


나와 짝꿍이 '부부로서의 삶'을 진정 행복하게 시작하기를 바라는 그 고마운 마음들 덕분에 꿈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었던 식순을 마무리 짓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옛날 얘기부터 결혼식에 오면서 있었던 해프닝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덕분에 더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 이어져 우리가 장소를 예약한 시간이 끝난 줄도 몰랐더랬다. 다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었을 정도로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우리의 행복했던 '스몰웨딩'은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용기를 내었기에 가능한 시작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우리 두 사람이 '부부로서의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시작하기를 바라며 우리의 결심을 믿고 축복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 고마운 마음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진정 바라던 우리에게 맞는 결혼식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그리고 모시지는 못했지만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빌어 마음속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저희가 진정 행복하기를 바란 그 마음들 소중히 간직하며 살고 있어요. 덕분에 매일이 행복한 저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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