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편의점 인간]을 읽고 쓰다
다들 내가 비로소 진정한 '한패'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쪽에 잘왔어, 하고 모두 나를 환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모두에게 '저쪽' 인간이었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것을 "아, 그렇구나!" 하고 스가와라 씨 말투로 맞장구를 치고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었다. (135p)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18년 째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 중인 '편의점 인간'이다. 어린 시절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자신이 보통 사람과 다소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게이코는, 대학 1학년 때 시작한 편의점 알바에서 처음으로 세상의 '정상적인 부품'으로 편입된 기분을 느낀다. 이후 세상의 규격에 들어맞는 보통 사람인 '척' 하기 위해 18년 동안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 하지만 서른여섯 살이 되자 편의점 알바로는 '정상'적인 인간인 척 살아가기가 어려워지고, 연애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직업도 갖지 않는 그녀에게 주변에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 그런 그녀 앞에 마찬가지로 '비정상'인 취급을 받는 시라하가 나타나고, 둘은 세상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저자는 게이코와 시라하, 그리고 둘의 동거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일본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소설이지만, 한국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초중고 12년을 내리 공부로 보내고 나면 당연히 대학에 가고, 번듯한 일자리를 얻고,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도 똑같은 아니 이왕이면 더 좋은 '인생 코스'를 설계해 준다. 그대로 따라야만 '정상'이라 인정받을 수 있는 인생의 규격이 있고, 이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사방에서 날아드는 간섭을 피할 도리가 없다. 남들 다 대학 가는데 너만 안 가서 어쩌려고? 남들 다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데 나이 들어서 혼자 어떻게 살려고? 왜 그렇게 혼자 유별나게 살려고 해?
하지만 대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이 경계를 정하는 것일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결혼하면 아이를 갖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본인들의 삶을 더 중시하는 딩크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정상이라 여겨지던 가족의 형태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며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따라 지배적인 가치관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변화의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고, 자신이 보기에 규격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의 인생에 대해 따지고 들 시간에 자기 앞에 닥친 일들이나 걱정하면 될 일이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타인의 삶을 정상이니 비정상이니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오만함부터 버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