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안녕하세요? 에스텔입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2017년 3월이 마지막 글이었으니 거의 일년 만에 다시 씁니다. 그동안 글을 올리지는 않았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O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알람을 매일 받다보니, 새로운 글을 올리지 못하는 답답함과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간 많은 성장이 있었답니다.
그동안 열심히 수업하면서 개인적인 영어성장도 계속했었고 강연의 기회도 종종 있었어요. 그리고 제목대로 제 브런치 칼럼을 본 출판사로부터 영어 관련 책을 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었답니다. 온라인 상에서 다 표현할 수 없는 내 모든 컨텐츠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기회가 올 줄은 몰랐죠. 위는 계약 날 사진입니다. 겨울 옷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몇개월 전인것 같죠? 그런데 무려 재작년 사진입니다. 이 얘기부터 하고 싶네요.
"세상엔 진짜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일 년이 훌쩍 지나 저 사진을 다시 꺼내보니 계약서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꼬옥 안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나 웃긴 것입니다. 계약을 했다고 다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죠. 브런치 글쓰는 것도 해봤고, 샘플 원고도 반나절동안 다 쓴 덕에 자신감이 생겨 책쓰기가 기대된다고 했을 때 주간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요.
"아직 기승전결 중 '기'만 맛본 것 아닐까요?"
책쓰기도 영어공부처럼 '기승전결'이 있었습니다. <국내파가 유학파만큼 영어하기까지> 글처럼 (https://brunch.co.kr/@estelle/5) 전 인생의 모든 상황을 영어공부 경험에 대입해보곤 합니다. 성장보다 후퇴할 때가 더 많았고, 다 된 것 같다가도 모두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기도 했죠.
책을 쓰는 건 글 한 편을 쓰는 것과는 완전 다르더라고요. 내 컨텐츠를 풀어 내는 것은 그 것을 만들어온 내 인생을 다 담아 낸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내 안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있어서 어떤 것을 꺼내야할지 몰라 한동안 워드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초보작가는 '그저 기회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멋모르는 신입사원과 비슷합니다. 처음엔 브런치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내는 것이 부족해보였습니다. 그래서 수강생분들이 몇개월 만에 생애처음(?)으로 입이 트여 해외여행에서 유창해진 사례들을 바탕으로 여행영어 책을 내야겠다 싶었습니다. 영어 학습서로 가장 무난한 여행영어 책들을 찾아 보니 다 비슷하고 저도 비슷한 내용을 쓸 것 같은 겁니다.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나를 돌아보는데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책이 안써지는 동안에는 주변에 책 계약했다는 얘기를 못했습니다. 써놓은 것은 없고 오늘 한자도 못썼으니 이런식으로 가다 결국 포기해버리면 두 번 다시 책을 내지 못할꺼야라는 불안감이 가득했죠. 특히 브런치와 같은 SNS를 통해 출판사와 만나는 경우는 원고가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합니다. 브런치에 쓴 글이 결국 초고인 셈인데요. 이 샘플에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내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낳는 것과도 같아 10개월 간의 임신 기간처럼 하염없이 내 안에서 무언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출판 계약 날 지인 분의 출판사에 놀러갔었습니다. 파주 출판 단지를 기획하고 탄생시킨 출판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님께서, 책쓰기 세상의 햇강아지같은 제게 한 조언은 뜻밖이었습니다.
"요즘은 책을 너무 쉽게 내. 책을 안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책내기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한 제 자신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 마디 였어요. 책이 잘 팔리면 좋겠다는 말보다 더 힘있는 응원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쉽게 나온 책이 아닌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죠. 빠르게 완성하고 당장 잘팔리는 책을 쓰려면 학습서가 좋을 것 같았지만 저의 장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출판사 측에서는 단순 학습서보다는 '내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당신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학습방법론 에세이'이면 좋겠다며 애초 브런치에서 제 글을 보고 제안했던 컨셉도 그런걸 염두해 둔 것이라고 했었죠.
"에스텔 쌤이 영어공부한 내용, 쌤만의 공부방법을 에세이로 담아 다시 짜보면 어떨까요. 방법론 중심의 에세이가 된다면 굳이 학습서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브런치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나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그리고 그게 어떻게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컨셉을 잡지 못해 방황할 때도 그나마 기획의장님이 처음에 말해준 제 장점이 저를 붙들고 있었어요.
"쌤의 브런치 칼럼, 글 잘 쓰는 친구 누가 써준거 아니고 에스텔 쌤 본인이 쓴 글 맞죠? 글을 참 인문적으로 쓰더라고요. 한번씩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을 보고 '인문적으로 글을 쓴다'고 표현하거든요. "
글쓰기라고는 초등학생때 받은 흔한 글짓기대회 상장들과, 문제집 학생글 코너에 한번 실린 적 있는 것 말고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별 효용 없는 기술이었는데 이렇게 쓰일 때가 올 줄 몰랐네요. 처음으로 전문가에게 인정받은 느낌이라 왠지 이 기회를 끝까지 놓치지 않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책에 대해 구상하고 또 수업을 통해 책에 넣고 싶은 컨텐츠들을 더 개발해가면서 제 카톡 프로필에는 언제나 의미 심장한 한구절이 있었죠.
"느리지만 성장중"
컨셉은 '영어 자기계발서'로 잡았습니다. 자기계발서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며 가볍게 자주 읽는 장르였는데 제가 그 분야의 작가가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출판사 권유대로 글감 소재를 늘어 놓는 작업을 했습니다. 제게 있었던 모든 영어 스토리들을 다 쓰다보니 영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죠. 그런데 이런 것 까지 세상에 알려야 할까 싶은 민망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게 제일 부끄러웠어요. 만천하에 나의 영어과거를 폭로하는 거요.
그래도 '제가 'I'm nervous.' 후 영어 한 마디도 못하고 민망함에 자리를 뜬 스토리', 또 '공개적으로 발음 비웃음을 받았던 상처들'과 '숱한 노력 끝에 극복해서 원어민 강사가 되었던 방법론'등이 힘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제 자신을 내려놓기로 했었죠. 원래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으니 내 흠을 좀 보여줘도 크게 변할께 없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타깃독자도 잡았었습니다.
- 영어를 10년이상 접했지만 여전히 회화시간이나 해외여행에서 말이 안나와 걱정인 20~60대
- 문법공부, 소리영어, 영화나 책 외우기, 어학연수, 원어민과외등 숱한 학습법들 중 어떻게 해야 갈팡질팡 하지 않을지 나에게 맞는 방법을 무엇인지 알고 싶은 영어 학습자들
- 최근 해외파, 조기영어파 선후배 동료들이 많아지면서 위기감을 느끼는 분들
- 영어로 말해봐에서 당장 꿀먹은 벙어리가 되지 않는 방법부터 2~3개월내로 입을 터서 간단한 회화나 여행영어가 가능해지고 1년 후 해외에서 3~4년 살다왔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발전하기를 꿈꾸는 사람
- 그 후에도 계속 영어 스피킹 공부를 할 수 있는 체계가 생겨 초보자는 중수로, 중수는 고수로 영어 정복의 꿈에 다가서고 싶은 사람들
그 후 가장 중요한 일은 목차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목차만 나와도 절반은 완성된 것인데요. 저는 나름 목차에 대한 확고한 의견이 있었어요. 바로 목차만 봐도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큰 흐름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목차들을 보면 흐름이 보이지 않거나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일 때가 많아서 독자로써 약간의 불만이 있어왔죠. 저는 제가 영어 성장 해온 순서 그대로 적으면서 독자들이 본인의 영어공부 과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랬어요.
대학교 회화 시간 찰진 발음의 해외파들 사이에서 입도 뻥긋 못하는 영어 벙어리에서, 영화 한 편을 달달 외우라는 얘기를 듣고 시도했지만 도무지 외워지질 않았던 사연, 학교 입시용 문법이 아닌 스피킹에 적합한 문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바로 입이 트인 사건, 한 문장 건내던 것이 1분이 5분이 되고 5분이 15분 되도록 스피킹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외국인 친구들이 발음을 못알아들어서 그걸 또 극복하는 내용, 이후 내 영어가 미국 현지에서도 통할까 궁금해 떠난 2달간 어학연수에서 미국 친구들과 스타트업을 한 스토리, 돌아와 영어 환경에서 유학파들 사이에서 국내파로 일한 경험담, 원어민 강사 포지션으로 일한 성과, 마지막으로 영어정복 끝까지 가기위해서 어떻게 더 공부를 해오고 있는지 방법론과 함께 순서대로 목차를 짰습니다.
영어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사촌동생들에게 목차를 보여줬었는데 '나도 한번만 길게 말해보고 싶다.' '번역기 로봇은 되기 싫은데'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외국인 친구의 "What?(방금 뭐라고)' 같은 제목에서 뭐가 그리 웃긴지 빵빵 터지면서 꼭 읽어보고 싶다며 좋아하더라고요. 목차가 웃긴건지 이 언니가 웃긴건지. ^^;
목차가 어느정도 나온 후에는 출판사에서는 '초초고'를 쓰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초고'도 아니고 '초초고'라고 말하니 부담감이 확 줄었죠. '초초고'를 쓰는 두 달 동안은 이사와 인테리어 때문에 원래 살던 집도 나오고 부모님 집에 머물면서 썼는데 밥도 차려주시고(?) 환경 덕에 책에만 신경쓸 수 있었죠. 보통 자기계발서는 소제목 40개정도 나오고 프롤로그, 에필로그, 보너스 팁 등을 합치면 50개정도 나오는데요. 소제목 하나당 글자 10포인트로 A4 2쪽정도이거든요. 일단 잘쓰던 못쓰던 매일 매일 2쪽씩 채워나갔었어요.
초초고가 나온 후 다시 읽으면서 2차 퇴고를 했습니다. 초초고는 머리를 쥐어짜내느라 힘들었지만, 퇴고는 수정하고 줄이느라 힘들더라고요. 나만 이렇게 힘든건지 컴퓨터 앞에 앉아 워드를 쳐다볼때 마다 엉덩이만 아프고 갑갑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2차 퇴고를 마친 후 주간님의 피드백을 받고 눈물이 날 뻔 했네요.
계약했던 날 주간님께서 성인 단행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차별성'이라고 하셨던 생각이 납니다. 저는 제 학습론이 독특한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었는데 주간님께서는 '안 독특할까봐 걱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기존의 영어공부책과 확실히 차별성이 있다' 이라고 말한 부분이 가장 다행이다 싶습니다. 항상 도움되는 피드백을 주셨지만 칭찬은 아끼셨었기 때문에 이번 피드백에서 정말 기뻤었어요.
이제와서 정말 감사한 것은 초보작가의 고뇌(?)를 알고는 응원해주고 기다려준 출판사입니다. 단 한번도 제게 빨리 해오라는 독촉을 한 적이 없었고, 항상 선생님께 맞춰 여유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셨었어요. 전 이번이 첫 출판사다보니 보통 출판사 분위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제가 출판사 사장이었다면 저처럼 진도 안나가는 작가라면 진작에 퇴짜를 놓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여러 좋은 책들을 보다보니 이런 특징을 발견했어요.
<책의 특징>
1. 컨텐츠가 일반적이고 가볍고,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힘
2. 컨텐츠가 경험에서 나와 풍부하고 깊이있지만, 어려워서 잘 안 읽힘
3. 컨텐츠가 일반적이고 가볍지만, 어렵고 잘 안 읽힘
4. 컨텐츠가 경험에서 나와 풍부하고 깊이있지만,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힘
스테디셀러를 쓰시는 작가님들의 책도 그렇고 생각의 길에서 나온 책들은 모두 4번 같더라고요. 일반적인 내용을 늘어놓는게 아닌 저도 4번처럼 되기를. 독특한 경험에서 녹아나오는 풍부하고 깊이 있고 즉각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재미있고 쉽고 잘 읽히도록 쓰고 싶어요. 제가 읽었던 글쓰기 특강 책에서 표현할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내면에 쌓아햐 하고, 그것을 실감 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내면의 표현할 가치가 있는 무엇을 오랜기간 쌓아온 듯 해요. 그런데 그것을 실감 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제겐 있을까요...?
제목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가끔 단순한 카피들을 보면 '에이 나도 저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요. 해보니까 절대 아니더라고요. 이 간단한 표현도 나오기까지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는지 몰라요.
아직 가제이긴 하지만 한번 적어보면,
<누구나 성공하는 영어 스피킹>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공감하는 '성공하는 영어 스피킹' 책을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3월은 3차 퇴고기간, 4월이 탈고, 5~6월 중 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3차 퇴고 마감이라 내내 쓰고 있는데 응원 한마디만 전해주세요! 스티커 댓글이라도 너무 너무 힘이 되더라고요.
그럼 그간 못썼던 글들은 책으로 만나뵙고, 또 저도 시간나는대로 브런치에 다음 글을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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