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답은 없더라
나이의 수가 한 개씩 커지면서 그 전과는 다른 기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그 기준들은 편견을 갖거나 편향되지 않을 정도의 정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이고 어떤 면에서는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방법으로 세워둔 기준이라는 것이 오히려 내 속에서 답답한 두터운 벽이 되기도 했다.
나열한 것이 스르르 무너지고 그 뒤론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러고 나면 모든 것엔 사실 정답이 없다는 말이 무척 이해가 가게 된다.
결국 누구를 위한 기준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아닌 거 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느 부분은 내려놓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부분에서 염세적인 의미가 아니다. 어쩌면 무언가 기대하는 것 또한 힘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씩 내려놓다 보니 내가 힘을 주고 있던 것들이 보였고 그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힘을 빼기 시작했고,
힘을 푸니 다시 쥐고 싶지 않은 것들도 다시 보게 되었다. 어쩌면 힘을 주고 곁에 두려 했던 건 나의 집착과 자존심이었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잃고 싶지 않았던 관계의 끈을 조금 느슨하게 내려놓으면 남아있는 것들과 돌아오지 않는 회신 등으로 구분이 되더라.
그리고 기대하지 않고 비워둔 자리에는 감사한 것이 그 자리를 채우더라고.
우연의 통로로.
앞으론 지치고 힘이 들 때 힘내라는 말 보다 힘을 빼라는 말을 하도록 해야지.
이제 동네에 꽃도 만개했고 봄이 왔어.
낮은 온도로 움츠렸던 몸의 긴장을 풀고, 조금 힘을 빼자.
힘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