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취미생활
저물던 계절이 다시 돌아오더니 이제 무르익어 뜨거워질 날을 대비할 채비를 해야 하는 날이 왔다.
잠깐 왔다가 지나가는 이 계절을 조금 더 누려보려고 매일 아침 창을 활짝 열고 환기도 시켜본다. 사실 식물을 기르는 데에 잘 오래 키울 자신도 없고 부지런하지 못한 성향이라 눈에 띄거나 내킬 때 한 번씩 관심을 주는데 올봄엔 꽃을 방에 조금씩 들여와 보려고 한다.
벌써 두 종류가 방에 있다. 하나는 들꽃같이 생겼지만 나름 이름이 있는 접란이라는 식물. 접란은 원래 꽃대가 하나 있었고 잎이 길게 늘어지는 모양인데 꽃대가 점점 길어지고 그 줄기에 꽃봉오리가 틔더니 가끔 아침에 꽃이 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며칠 전 아빠가 받아오신 꽃다발에 꽂혀있던 버터 플라이라는 꽃이다.
하나는 새하얗고 하나는 샛노란색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런 똥 손을 가진 내가 가끔 생각나면 물을 주고 몇 번씩 관리해줬더니 식물이 꽤 잘 자라준다. 꽃봉오리를 틔우고 이젠 꽃이 핀다. 꽃으로 결실을 보니 더욱 관심이 생기고 정성이 더해진다. 아 이런 기분인가. 식물을 기르고 애정을 쏟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요즘은 이렇듯 생각이나 결심이던 말이던 간에 시작하고 나서 결실을 맺는, 무언가를 겪고 맺음으로 돌아오는 것에 집중을 한다.
손길이 닿으면 더욱 그 실체에 집중하고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람대로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완성되어 돌아오는 형체는 왠지 더욱 아끼게 되는 마음이 생긴다.
요즘 내가 몰두하는 일은 책을 출판하는 작업과 인쇄소와 소통하는 일이다.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하지만 마무리하려는 노력을 하며 이 작업에 고군분투 중이다.
올해 다시 돌아온 봄을 겪는 중에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예민해지고 몸도 가끔 지쳐 탈이 났지만 그만큼 굉장히 즐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요즘 나의 삶의 원동력이다.
조금 더 뚜렷하고 선명해지는 날이 올 것 같다.
명확한 것이다.
내가 원했던 건 안정적인 명확한 어떤 지점이었다.
말 뿐인 약속 같은, 두리뭉실한 생각이 가득하고 계획 또한 막연했던 삶이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면 그래도 내가 꾸린 내 삶으로 완성될거란 믿음. 그러면 매사 우유부단한 나도 조금 선명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아서.
올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