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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진 맑을 아 Aug 26. 2020

어둠 속에서 순댓국을 먹어보았다.

며칠 전 한 기사를 보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안셀모 지역의 나무에 마스크가 매달렸다. 자원봉사 단체 ‘에이지 프렌들리 마린 네트워크(Age-Friendly Marin Network)’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이웃을 돕고, 주민들에게 마스크 쓰는 것을 권장하기 위해 걸어둔 것이다. 누구든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매주 100개가 넘는 새 마스크가 나무에 매달린다. 마스크는 모금활동으로 마련하거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다.'


따뜻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금의 사회에서도 훈훈함을 느낄 수 있던 사례였다. 나 또한 며칠 전 감동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하늘에서 더 이상 내릴 비가 있을까 싶었지만 지난 주말 강원도에는 세찬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몸이 서늘해져 따뜻한 국물이 생각이 나서 검색하다가 발견한 순댓국 집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가게 문 앞에는 '저녁 장사 준비 중. 5시 오픈'이라는 투박한 사장님의 손글씨가 쓰인 푯말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이 곳 외에는 다른 곳을 생각하고 오지 않았던 터라 어디를 가야 할까 가게 앞에서 친구랑 논의 중이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순댓국 먹으러 택시 타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갑자기 문이 열린 탓에 친구랑 깜짝 놀란 채로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비도 오는데 택시 타고 멀리서 여기까지 왔어요? 몰래 해줄게. 그 대신 불 끄고 문 잠그고 먹어야 해요. 추운데 어서 들어와요."라는 말을 남긴 채 사장님은 부엌으로 향했다.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며 당황스럽기도 해서 복합적인 감정으로 자리에 착석한 우리는 순댓국 2개를 주문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져서인지 사람 간의 정을 느끼게 된 일이 얼마만이였을까. 원래는 브레이크 타임인데 특별히 서비스로 해준다는 말에 미묘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것도 인연이라면서 머리 고기도 더 많이 넣어주시고 반찬도 접시 한 가득 채워주시는 사장님 부부의 온정 덕분이었을까, 평소 먹던 순댓국보다 더 뜨겁게 느껴졌다.


익숙했던 일상과는 다른 나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던 것, 좋은 사람들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한 끼를 하는 것, 근심 걱정을 털어놓기 위해 훌쩍 떠났던 여행길 등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 곳곳에는 아직 타인에 대한 배려가 공존하고 있기에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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