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 진 맑을 아 Sep 02. 2020

부족이 가져다준 풍요

요즘 나는 비워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는 기분은 마치 아무도 시키지 않은 숙제를 하는 것과 같다.


첫 번째로 내 삶에서 지운 것은 신용카드이다. 정해진 날에 월급통장에 따박따박 돈이 들어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무슨 사치였는지 신용카드를 2개나 발급 후 사용했었다. 온라인 결제, 교통카드,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할 때 할부 등의 여러 가지 기능은 내 삶을 편리하게 했으나 그 편리함에 도취되어 소비활동에 있어서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어느 칼럼에서 보았는데, 나누는 금액에 만족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이 되는 길이고 곱하는 금액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부자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했다. 구조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그 길로 신용카드를 모두 해지시킨 지 3개월이 흐른 지금 아무 불편함 없이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로는 집안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 제품을 처분하는 것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오면서 세탁 세제는 친환경 시트 세제로, 섬유유연제는 양모 볼, 생수 대신 브리타 정수기를 구비함으로써 많이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일부는 남아있었다.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용으로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화장실과 부엌에 각각 한 개씩 가지고 있었는데 바닥 청소하기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플라스틱 제품이어서 최근에 처분했다. 그 대신 잘 사용하지 않는 더스트백에 종량제 봉투를 넣고 냄새가 나지 않도록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에탄올을 뿌려준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빌 게이츠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를 보았다. CEO로써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가 되었다. 도입부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두뇌 활동이 멈추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매료돼서 3편까지 연달아서 보았다. 부유한 자산가인 그는 재단을 설립해서 부인과 함께 사회 공헌 활동에 앞장서는데, 그중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어린아이들이 설사로 많이들 죽고 있다는 기사를 본 뒤 원인을 분석하다가 식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개선 사업을 진행해나갔다. 또한 소아마비 근절 프로젝트 및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대체할 에너지원 개발 등 지구를 살려내는 일을 도맡아 했다. 평생 일을 하지 않고도 풍요롭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는 진보적인 길로 나아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 모두 빌 게이츠처럼 부자로 살 수는 없겠지만 옳은 선택을 하며 살 수는 있다. 나를 비롯해서 함께 더불어가는 소중한 타인과, 환경 등을 위해 한 번쯤은 더 생각해보고 조금 더 이로울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해나가는 삶을 영위해봐도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현철의 '오랜만에'는 시티팝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