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 진 맑을 아 Aug 19. 2020

김현철의 '오랜만에'는 시티팝이 아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원 사이트 장르별 부문에서 '시티팝'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키워드가 설명될 때 가수 김현철의 '오랜만에' 노래는 항상 수반이 되곤 한다. 그런데 그 노래는 시티팝이 아니라는 사실을 몇이나 알고 있을까? 그가 그 앨범을 제작할 당시 시티팝이라는 장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라는 회상한 인터뷰를 보았다. 의도치 않게 그의 노래는 계속해서 세대를 불문하고 리플레이되고 있다.


자녀 셋이나 딸린 나름 대가족인 우리 집은 넓지도 않은 차를 타고 매년 가족여행을 많이 다녔었다. 운전자인 아빠만이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라디오 채널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옛날 노래만 흘러나왔고 나는 항상 그게 불만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노래를 여행길에 들을까?라는 생각을 한지도 어엿 십 년이 넘게 흘렀고 지금 나는 그 노래들에 흠뻑 취해있다. 매년 여름마다 페스티벌을 가곤 했다.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아티스트는 화려한 아이돌이 아닌 복고 노래를 멋스럽게 리믹스해서 디제잉하는 분이었다. 그분 덕분에 옛날 노래의 정취에 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즐겨 듣는 노래로는 '나미-가까이하고 싶은 그대',  '신승훈-처음 그 느낌처럼', '변진섭-숙녀에게' 등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뿌리를 깊게 내리고 통이 굵어지는 나무처럼 모든 옛 것들은 지나온 흔적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보이지 않았고 느낄 수 없었던 옛 정취들이 이제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정보의 홍수인 이 시대에서 새로운 것들은 계속 태어나고 그것은 곧 취향의 아이콘이 되어간다. 짧은 유행으로 날아가버릴 가벼운 것들보다는 묵묵히 항상 그 자리를 지탱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나는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더 이상 시티팝이 아니라 시대 팝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평양을 건넌 우연으로 만난 인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