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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진 맑을 아 Oct 21. 2020

텔레비전은 나에게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거실 텔레비전 앞에서 식사를 하거나, 퇴근 후 적막함이 싫어서 무조건 습관적으로 텔레비전 전원을 켜는 등 삶의 수식어에 'TV' 없이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의 훈육 방식은 밥 먹을 때는 절대 TV를 보지 않을 것, 9시 이후에는 방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 2가지 규칙이었고 자연스레 내 삶에서는 'TV'가 차지하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게 되었다. 통상적으로 TV는 바보상자로 많이 간주된다. 한 번 그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뿐더러 리모컨을 이용해 채널만 옮기면 화면이 계속해서 바뀌어서 생각할 틈을 안 준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듯하다.


TV와 밀접한 생활을 안 해서였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보면서 역사 공부를 다시 진득하게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불타올랐으며, 넷플릭스 '슈츠'를 보며 전문직 직업군을 준비해봐야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시청하며 세상에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본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TV는 바보상자가 아닌 여러 가지 꿈이 담겨있다가 뒤늦게 빛을 발한 타임캡슐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유불급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뭐든 적당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의 홍수인 이 시대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TV'는 전 세계의 흐름을 관통하는 손쉬운 창구이기에 가까이 해도 좋은 친구이다. 위의 세 가지 프로그램 덕분에 나는 인생의 2막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기쁨과 설렘보다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내 감정을 더 지배하는 것 같다. 올해가 2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할 바에는 2개월이나 남았다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도 'TV'라는 좋은 친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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