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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 May 05. 2019

글_03

태은

그날 오후 지인들과 업무차 방문했던 곳에서 SNS로 알고 지낸 지는 꽤 되었지만, 실제로는 본 적 없는 남자를 만났다. 사실 모르는 남자를 만난다는 게 조금 겁이 났었다. 그도 그럴 것이 SNS라는 게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저마다 다른 두께의 벽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그려놓고 정작 당사자는 담장 뒤에 숨어있는 것이니까.... 영수라는 사람도 나와 아무리 연락을 많이 주고받았다고는 해도 실제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일이니까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났었다. 다행인 것은 대낮이었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고, 어쩐지 영수는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했으며, 소위 말해 느낌이 썩 괜찮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만나자는 연락에 허락 아닌 허락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근처에서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정말 금방 날 만나러 와주었고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지인들과 잠시 식사하러 자리를 옮겼을 때 그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어디냐고 묻는 문자에 카페에서 기다려 달라고 연락을 했지만, 그 순간 식사는 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더 이상 음식이 들어가지도 않길래 다시 카페로 돌아왔는데 어디에도 영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도착하고도 남았는데 어디 있는 거지?’, ‘혹시 기다리게 해서 화가 나서 돌아간 건 아닐까.’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때에 다행히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또다시 엇갈릴 일이 없도록 카페 밖으로 나가 간판이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 전송하고 자리에 돌아와 거울부터 꺼내 외모를 점검했다. “누가 오기로 했어?” 지인이 한마디 놀릴 것 같은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아, 아니 좀 아는 사람인데 근처라고 얼굴 잠깐 볼 수 있냐고 하네?”라고 대답했지만 분명 내가 느끼는 열기만큼 내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을 것이다. 부끄럽고 초조한 마음에 영수가 빨리 오길 창밖을 보며 기다렸고 이윽고 낯익은 얼굴이 비쳤다. 한눈에 영수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전화통화로만 듣던 목소리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의 그였지만 나쁜 첫인상은 아니었다. 영수도 나를 찾는 듯이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는 게 보이는데 어쩐지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낯선 동네에서 나를 보고 싶어 찾아온 낯익은 사람이라니....

확실하게 그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그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그러자 그가 환하게 웃으며 “안녕, 오랜만…아, 아니 만나서 반가워.”라고 인사하는데 당황한 그의 모습에 긴장하고 무서워했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도 정말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나도 일행이 있었고, 그도 출근길에 잠시 들린 거라 그렇게 바로 헤어졌지만, 다음엔 둘이서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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