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주택생활
일상을 여행자처럼 살고 심플라이프를 지향하는 내가
꾸준히 모으고 있는 수집품이라고 칭할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단일 품목으로 꾸준히 모아지고 있는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단추다.
이건 내가 수집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옷을 사면 따라오는 여분의 단추를
바느질함에 던져둔 것이 그대로 모아진 것이다.
던져둔 채로 오랜 세월 무심히 잊었다가
어느 날 문득 단추들을 물끄러미 본 적이 있었다.
그 단추가 붙어있던 옷들이 떠오르며 추억에 잠시 잠겼다.
특히 알록달록한 단추들은
아이들 어렸을 때 옷에 달렸던 단추라
그 옷을 입고 놀던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흐뭇해하며 단추를 만지작거린 적이 있었다.
단추를 잃어버리면 달라고 여분의 단추를 주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이제 단추만 남고 그 옷들이 없다.
아이들 어렸을 때의 추억만이 그 단추에 묻어있다.
단추들을 모아두었다가
내가 할머니가 되면
햇볕 바스락 거리는 오후에 거실에 앉아서
예쁜 천에다가 하나씩 하나씩 추억을 매달듯
바느질해보려고 한다.
두 번째 수집품은 문장이다.
말 그대로 문장을 수집한다.
책을 읽다가 옳다구나
내 맘을 알아준다 싶거나 격하게 공감되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렇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라고 혼잣말하며 필사해 본다.
공감 가는 사람보다 이제 책이랑 대화하고 위로를 받는 게 익숙해졌다.
비 오는 오늘 오전 내가 발견한 문장이다.
설혜심교수님의 "그랜드 투어" 중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고, 이전에 전혀 본 적이 없는 사람과 말하고 아침이 밝기도 전에 떠나 늦은 밤까지 여행하고, 어떤 말이나 어떤 기후도 견뎌내고, 어떤 음식과 마실 것도 다 경험해봐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