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주택생활
우리 동네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변두리에 조그만 창고같은 가게가 있고 95세에서 100세 사이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항상 그 가게 앞에 앉아 있다.
근육은 쪼글어들어 몸무게는 30몇 킬로쯤, 굵은 주름 가득한 얼굴은 햇볕에 평생 그을어 인디언부족처럼 보인다.
어둠속에 할머니가 가게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으면
가로등 불빛 아래선 살아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이다.
할머니는 병적으로 종이 박스를 모아서 창고같은 가게처럼 보이는 그 거주지에 발디딜 틈없이 밀어넣는다.
주민센터 직원이
"이 할머니에게 박스를 주지마시오 -주민센터- "
라고 A4종이에 써서 가게 앞에다 붙여놨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머니는 무슨 힘으로 끌어 모았을지 모를 종이박스들을 가게 안으로 밀어넣는다.
항상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거나 오고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앉아 있다.
어느날 아이랑 지나가다가
그 할머니를 슬쩍 보며 말했다.
"저 할머니 나이가 많아서 곧 돌아가실지도 몰라... 돌아가시면 이 가게 싹 바뀌겠지..."
아이가 말했다.
"아, 슬프다...엄마"
생각보다 이별은 빨리 왔다.
몇 개월 후
인부들이 가게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가게 앞을 지나가며
할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