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End Rule(피크-엔드 법칙)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Daniel Kahneman(다니엘 카너먼, 1934-)과 그의 연구팀이 1993년에 처음 제시했습니다. 피크 엔드 법칙은 경험에 대한 기억과 평가가 전체 경험 중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과 마지막 순간(End)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심리학적 현상입니다. 즉, 사람들은 어떠한 경험의 평균값이 아닌, 가장 임팩트가 강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의 느낌으로 경험을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경험의 전체적인 느낌이 긍정적이라도,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이 부정적이었다면, 그 경험 전체를 부정적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위 그림에서 A 그룹과 B 그룹의 만족도 평균값은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각 그룹에게 전체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다면 A 그룹이 B 그룹에 비해 더 높은 만족도를 느꼈다고 합니다. 다니엘 카너먼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피실험자들에게 다양한 통증을 주고, 이에 대한 기억과 평가를 측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치과에 간 두 그룹이 있는데, C 그룹은 짧은 시간 동안 드릴을 사용한 강력한 통증을 경험했지만 빠르게 치료를 마쳤고, D 그룹은 의사의 미숙함으로 치료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국 마취 후에 치료를 마칠 수 있었지만 비교적 약한 통증을 경험했습니다. 이 두 그룹에게 치과 재방문 의사를 질문했을 때, C 그룹은 재방문 의사가 없다고 답했고, D 그룹은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C 그룹은 강렬한 통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치료가 빨리 끝났지만 전체적으로 나쁜 경험으로 기억했고, D 그룹은 치료 시간이 길었지만 전체적으로 통증이 크지 않아 좋은 경험으로 기억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전체적인 경험의 총합보다는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의 경험으로 전체 경험에 대해서 기억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특정 경험을 이어가는데, 우리의 뇌는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경험을 편집하고, 버리고, 왜곡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테마 경험(여행, 사랑, 제품, 서비스 등)의 전체가 회상되고, 그 감정이 평균적으로 해석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테마 경험의 강렬한 순간과 시간적으로 가장 가까운 순간(마지막 순간)이 가장 중요한 기억으로 저장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Peak-End Rule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사용성이 좋은 제품이라도 마감이 좋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거나 아름답지 못한 외관을 가지고 있으면 제품의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관이 유행에 뒤처져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외관이 아니더라도 특정한 문제 해결에 탁월하다면 제품의 재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어떤 기억으로 최종 각인 시키는지에 따라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결정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감정과 선입견에 행동이 좌우됩니다. 같은 것을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서 판단과 선택이 달라집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속해있는 집단,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