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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글로제이 Jul 06. 2018

에콰줌마의 행복 찾기

찬물 샤워

'아... 뜨끈한 물로 샤워하고 싶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


한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던 뜨거운 물을 콸콸 맞으며 하던 샤워가 이렇게 그리울 줄은 몰랐어요.

벌써 에콰도르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되었네요. 일주일 만에 이사를 두 번이나 하고 애완견도 두 마리가 생겼죠. 지금은 시부모님 댁에서 약한 와이파이의 기를 모으고 모아 그동안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뭐, 인터넷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는 건 비밀입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저는 결혼한 지 한 달만에 신랑을 따라서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로 이민 온 새댁, 에콰줌마입니다. 지금까지 나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고 보니 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더라고요. 나름의 사연이 있고 매일의 에피소드가 모여서 장편 소설 같은 인생들을 만들어 냅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이지만 제 속에도 하고 싶은 얘기들이 너무 많이 쌓여있습니다. 오늘, 드디어 쌓였던 얘기들이 넘처서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당분간은 부지런히 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내 얘기가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앞으로 신랑을 만난 얘기, 결혼에 골인한 얘기, 동남아 여행기, 그리고 신랑을 만나기 전의 저의 삶에 대해서 솔직하게 풀어 볼 생각입니다. 목욕탕처럼 감추는 것 없이 솔직하고 담백한 만남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찬물 샤워"입니다. 

에콰도르에 온 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한 번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 보지 못했습니다. 도시가스가 없는 에콰도르에서는 각 가정마다 "전기 샤워기"를 사용합니다. 전기 샤워기가 뭐냐고요? 스페인어로 'Ducha Elétrica (두차 일렉드리카)'라고 부르는 제품입니다. Ducha가 샤워란 뜻이래요. 아래 사진처럼 생긴 샤워 헤드에서 전기로 물을 가열하여 뜨거운 물을 생성하는 방식이죠. 여러 가지 크기와 모양이 있지만 가장 대중화된 제품이 이렇게 생겼습니다. 

Ducha Elétrica

이 작은 크기로 물을 데워서 쓰려니 아주 뜨거운 물은 거의 불가능하고요, 따뜻한 물도 조금만 물을 세게 틀면 금세 찬물로 바뀝니다. 자기 능력 밖이니 배 째라는 식인 거죠. 허허허허. 그래서 쫄쫄쫄쫄 흐르는 미지근한 물로 길고 숱 많은 머리를 감으려면 모든 인내심을 짜내야 합니다. 평소에 그다지 인내심이 좋은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인내심 훈련을 받는 달까요? 숱이 많은 여자분들은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옛날 시골에 가면 따뜻한 물이 나와도 엄청 졸졸졸 흘러서 머리에 물을 적시는 것만으로도 한참이 걸리고, 이 악물로 시원하게 머리를 감자니 콸콸콸 나오는 물은 너무 차가워서 손가락도 시리고 머리도 지끈 해지는 그런 생황. 샤워를 안 할 순 없고, 하자니 너무 춥고...... 나이가 어리신 분들은 경험을 못 해보셨을 수도 있겠군요. (이렇게 제 나이가 드러나나요) 전 어릴 때 시골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동남아 여행에서 경험을 했었습니다. 물론 그땐 이게 일상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요. 다음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직접 샤워기를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 그렇다고 모든 에콰도르 사람들이 찬 물 샤워를 하는 건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미지근한 물 샤워가 맞을 것 같고요.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나 고급 주택들에는 가스보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도시가스가 아니다 보니 개개인이 LPG가스탱크를 주문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고, 가스 중독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가스 중독이라니......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가끔 신문에 '가스중독으로 온 가족 중퇴' 이런 기사가 나곤 했었는데 말입니다. 신랑의 예전 직장 동료 중 한 명도 그렇게 뜨거운 물 목욕을 하다가 먼 길을 떠났다고 하니, 그런 사고가 얼마나 잦았는지 알 수 있겠죠?  마치 한국의 90년대로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태양열 전지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는데 그 걸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에콰줌마는 오늘도 이렇게 정신 번쩍 나는 찬물 샤워로 아침을 엽니다. 


낯선 땅 에콰도르에서 좌충우돌 소소한 행복 찾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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