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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당동붓다 Jan 14. 2021

권력관계

엄마라는 권력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과연 내 아이를 학대하지 않았는가.'


나보다 능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속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우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과연 학대가 신체적 학대만을 의미하는 것인가. 

오늘도 '엄마가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내 아이의 영혼과 마음을 괴롭히지는 않았는가.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라는 엄청난 책임을 부여받지만, 동시에 엄청난 권력을 부여받게 된다.

엄마는 아이를 먹고 싸고 입는 것까지 모든 것을 돌봐줘야 하지만, 반대로 아이에게 엄마는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자 거역하면 생존이 위협받는 무소불위의 절대적인 존재이다.


사실 아이가 어릴 때, 나는 우리 사이에 성립된 무시무시한 권력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2시간씩만 쪽잠을 자며 아이에게 밥을 주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만으로도 내 하루는 너무나 벅찼다. 그러다가 아주 기본적인 일들에 익숙해지자, 나는 욕심이 생겼다. 

남들만큼 밥을 더 먹어주었으면 하는 욕심, 남들보다 더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욕심, 언어는 두세 개 정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욕심, 예체능은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욕심. 


나는 엄마라는 힘을 이용해서 그 무수한 욕심들을 채워나갔다. 밥을 먹기 싫다는 아이를 쫒아가면서 억지로 밥을 먹였고, 종이인지 밥인지 구분도 못하는 두 살짜리 아이에게 학습지를 쥐어주었으며,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기도 했다. 수영은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우는 아이와 물속에서 반나절을 보낸 적도 있으며, 차로 20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는 발레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그것이 과연 '아이를 위한' 선택이 맞는 것일까. 

내가 너를 위해 헌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권력을 이용해 너의 마음을 괴롭혀도 괜찮은 것인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그 욕심을 나에게 풀기로 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괴롭힌다는 것이, 나 스스로를 치사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했고, 언어를 배우고, 그림을 배웠다. 배우면서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이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데도 힘든데, 억지로 시키면 오죽할까.


내가 생각하는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관계이다.

아이에게 절대적인 지위를 가진 부모의 이 엄청난 권력을 개인과 사회가 얼마나 무겁게 생각하는지에 있다고 본다. 내 말 한마디가, 내 행동 하나가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부모 스스로 이해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법을 아무리 강화한들 최소한의 도덕일 뿐이니, 권력자가 마음대로 휘두르려 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 


오늘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이는 10시에는 잠을 자야 한다며 딸에게 빨리 가서 자라고 했다. 그러다 문득, 진짜 10시에 자면 키가 큰가가 궁금해졌다. 간단히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어느 과학자도 시간과 성장호르몬을 연관시키지 않았다. 문제는 수면의 질이지, 시간이 아니었다. 숙면을 취하면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무려 8년을 어서 잠자리에 들라고 아이에게 강요했지만, 사실 그것은 아이가 잠들고 난 후의 고요한 시간을 더 빨리 즐기려 함이 아니었던가 싶다. 물론 이 내한 몸 편하게 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나, 구차하게 '아이를 위해서'라는 핑계를 댔던 나를 반성했다.


오늘은 자기 전까지 아동학대에 대해 공부해보았다. 열심히 아동학대에 대해 검색해보고 있으니, 동아가 옆에서 빤히 보더니 그런 건 왜 검색하냐고 물었다. 나는 정인이 사건을 이야기해주었고, 그래서 아동학대에 대해 공부해보았다고 했다. 나는 신체적인 학대만이 아동학대가 아니라 정신적인 학대도 아동학대인 것 같다고 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니까 엄마는 늘 아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랬더니, 동아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렇다면 어른들은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낳아야 할 것 같아."라고 대답해 주었다.


앞으로 나는 이미 낳은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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