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2015.11.01 중앙서울마라톤 후기
첫 서브 4(Sub 4·풀 코스 4시간 이내 완주)였다. 공식 레코드는 03:57:09. 이전 기록에서 약 33분을 단축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완주 자체에 감사. 이날 경기를 숫자로 정리했다.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이기 시작한 34km 지점. 수백미터 이어진 언덕은 내게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뭐든 넘사벽였다. 빳빳하게 굳어오는 종아리를 뻗는데,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났다. 쌩 하고 지나치는, 주자 수십명의 등이 보였다. 대체 몇 명이 날 추월한 걸까. 한 300여명 보낸 것 같다. 잠실주경기장을 한 바퀴 돌아 드디어 피니시 라인. 시간을 보니 앞자리가 3이다. 2분여 차이로 간신히 서브4!! 또 울었다. ㅠㅠ
선두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드래곤볼의 그 회복제처럼 30, 35, 38km에서 세 차례 먹은 에너지 겔이 그랬다. 결승선 12km 전 나눠주는 보충제 3개를 움켜쥐고 뛰었다. 비타500을 농축한 희한한 맛이었다. 손가락 두 개 크기의 겔이 비상 급유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좁아지던 보폭이 넓어지고, 움츠러든 어깨가 다시 펴졌다. 랜스 암스트롱, 벤 존슨이 이래서 약을 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정표 숫자가 39에서 40에서 바뀌는 순간, 매번 묘한 안도감이 찾아온다. '2km도 안 남았다.' 이때부턴 디스카운트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40km 지점을 지난 잠실관광호텔 사거리, 뒷 허벅지에 이상 신호가 왔다.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엉덩이 쥐'였다. 완주가 코앞인데 경련이라니. 덜컥 겁이 났다. 그때부터 1km 이상을 짝짝 소리가 날 정도로 매질을 해가며 뛰었다. 'After 32km, anything can happen'. 매번 느끼지만 완주 직전까지 '까불지 말고' 뛰어야 한다.
50m 간격으로 뒤쫓아 오는 무리가 있었다. 4시간 페이스 메이커였다. 각자 목표 시간(3:00~5:00)이 적힌 커다란 풍선을 달고 제 시간에 맞춰 달린다. 대부분 수십 번씩 완주한 베테랑들이다. 그들보다 앞서면 서브4, 뒤처지면 4시간대를 기록할 판이었다. 2km를 남기곤 무리와 나의 거리가 50m 안으로 좁혀지기도 했다. 다행히 결승선을 수백 미터 앞두고 풍선을 따돌렸다. 다음 목표는 3:40.
run the city① 201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