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저자가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썼는지, 현실과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이해를 기반으로 썼는지 구분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를 읽으면 저자가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평소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와 토론을 하고 생각을 더해가는 일상을 살고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시리즈 3번째 책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북리뷰입니다. 핵개인의 탄생, 호명사회에 이어 이번에는 경량문명의 탄생을 이야기합니다. 생존을 가르는 것이 덩치가 아니라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힘, AI로 증강된 인간이 빠르고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흩어지는 조직이 다음 시대를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사회 변화에 관한 내용도 많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조직 관점에서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됩니다. 시대예보 시리즈가 향하는 지점은 결국 '개인'입니다. (1)AI를 활용해 자신의 능력을 증강시키고, (2)성장 마인드 셋을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3)네트워크 속에서 매력적인 브랜딩을 통해 선택받는 개인이 앞으로 시대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여러 채널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책을 읽어야 관점이 넓어지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공원에 나가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역으로 단순화된 결론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 꼭 읽어보시기 바라며, 몇 가지 정리한 내용 공유해봅니다.
CHRO(Chief Human Resource Officer)가 하던 일이 CTO(Chief Task Officer)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태스크 관리 부서는 인공지능 혹은 인간지능, 때에 따라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혼합지능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설계하고 지원하는 부서가 될 것입니다. 이 부서는 '인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우리 인간이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은 '현명한 분업'의 방법입니다. AI에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AI와 일을 현명하게 나누려면 오랜 기간 천천히 똑똑해진 인류의 입장이 아닌,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지능에 적응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이제 외주는 사라지고, 시스템과 협력하는 개인이 스스로 일합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 속에서 남에게 일을 시키기만 하던 사람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경량문명에서는 담당자들이 업무의 중심으로 올라서며,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태도가 모든 직장인의 덕목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가 축약'된다는 것입니다. 단계가 줄면 협력하던 사람의 수도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넘어, 내가 일의 어떤 단계를 담당하고 있는지입니다.
이제 새로운 문명에서 개인은 '풀 스택'을 보유하는 것 보다 '퀵 스택'의 태도를 갖는 일이 필요해집니다. 풀 스택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모든 것을 쌓고 완성형 인간이 되고자 하는 전략이었다면, 퀵 스택은 그 대칭점에 있는 개념입니다. 빠른 시간 안에,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을 습득하고, 성장형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장 적합한 최신의 에이전트를 검증하고 적용하는 역량이 조직 내 인간 구성원들의 일상적 업무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퀵 스택의 역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열려 있는 '배움의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고, 가장 첨단의 기술 발전 추세를 숙지해서 적절한 자원을 투자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인간의 업무로 귀착될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자영업이라고 합니다. 이제 조직은 자영업이 가능한 전문가 집합체처럼 각자의 업을 모아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연합군 진영처럼 진화합니다. 퀵 스택으로 무장한 그 연합군의 성과는 중량문명 진영과의 거대한 전투이자 생존 경쟁에서 곧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경량문명에서 효과적인 독려의 방법은 자기가 하는 일의 정당성을 느끼게 해서 구성원의 자발적 의지의 발현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새로운 문명에서는 구성원을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벅차오르게 하는 조직이 더 큰 성장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들을 벅차오르게 하려면 그 목표가 정당해야 합니다. 한 조직의 재무적 성취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와 생태를 위하는,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당위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업이 지니는 정당성의 크기가 비례하게 됩니다. 그 정당한 일을 자신이 함으로써 느껴지는 벅차오름이 각자의 일상에 꺼지지 않는 동기로 살아 있게 됩니다.
이제 학령기에 배우고 선택한 업에서 숙련으로 보상받던 방식은 유효기간을 다하고, 무언가 또 새로운 것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평생교육으로 배움의 기간이 확장됩니다. 앞으로 공부하라는 말은 청소년이 아니라 오히려 중장년이 더 많이 듣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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