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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anna Apr 08. 2019

유럽의 발코니 스페인 네르하의 자기반성

괜찮지 않다는 네게 건네는 공감

'진정한 공감은 괜찮아질 거라고 우기는 게 아니라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아주는 거야'


뒤통수 맞은 한마디에 한동안 얼얼했다. 몰랐다 내가 공감 따위는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이란 걸. 언제나 꽤 그럴듯하게 주변 사람을 위로하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오랜 시간 오래된 나만의 착각. 스페인 남부 작은 바닷가 마을 마당에 앉아 살아온 시간을 두들겨 맞는다.


그래 나도 얼마나 괜찮지 않은 날들이 많았던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안다는 표정으로 뭐든 다 괜찮아질 거라 말하는 이들이 싫고 미워서 피하던 적도 있지 않았나. 괜찮지 않은 내게 다 괜찮아질 거라며 멋대로 내 감정을 정의하고 내일을 예측하는 원치 않은 친절. 나의 마음에는 관심 없는 당신들의 공허한 말들만 허공에 맴돌던 기억이 내게도 넘치도록 있다. 나 역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건방지게 내 생각을 우겨댔었나. 괜찮아질 거라 말하는 것만큼 무책임하고 중립적인 위로는 없다. 그때는 몰랐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는 것이 무엇인지. 괜찮지 않은 그 마음을 앞에 두고 큰 목소리로 다 괜찮아진다며 벅벅 우기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부끄러운 사과에 머리가 숙여진다. 잘난 척 살지 않기로 한다.


그래 너 괜찮지 않구나.

꽤 슬플 거고 많이 힘들겠다.

지금의 상처와 아픔은 생에 손꼽히는 슬픔일 테고.

힘들 때는 힘들어하고

슬플 때는 울어야하고 싫을 때는 도망가기도 해야지.

'오늘'은 오늘의 감정에 충실하자.

괜찮지 않은 너의 지금에 함께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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