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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anna Apr 12. 2019

포르투, 너의 무채색이 필요했다

과거를 가정할 수 있다면

봄인지 가을인지 서늘한 바람과 함께 거리를 달리는 중이었고 나보다 다섯 해쯤 앞장서 살고 있는 그에게 조심히 물었다. 오늘보다 당신이 조금 더 젊었을 때 하지 못해 후회하는 게 무엇이냐고. 내 지난 삶에 대한 후회가 많아서는 아니었으나 훗날 오늘에 대한 후회가 사무치게 남겨질까 겁이 났다. 내게 남은 삶이 줄어드는 만큼 욕심이 늘었다.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세월이 멀어지는 만큼 두려움은 커졌다. 되는대로 그저 살아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주어진 삶의 직무유기 같았다. 무슨 말이든 어떻게든 지금의 내 마음을 털어내고 싶었던 두서없는 생각들을 밀치고 질문 하나 툭 터져 나왔다.


' 과거는 가정할 수 없어. 오늘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 제일 후회되는 건 나를 둘러싼 소소한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날들이다 '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한 문장이 내게 안겼다. 과거는 가정할 수 없으므로. 나는 살아온 시간에 대해 충분한 감사와 안녕을 그리고 살아갈 날들에 대해 충분한 믿음과 기대를 안기로 한다. 알 수 없는 내일과 삶의 불안정함을 함께 하고 있는 타인의 공감이 필요했던 봄 어쩌면 가을 같은 밤. 담백하고 담담한 무채색의 대화가 뜨겁고 깊게 사무치는 유난스러운 날이있다.


포르투갈, 흐린 포르투 동루이스다리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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