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lyanna Apr 12. 2019

포르투, 너의 무채색이 필요했다

과거를 가정할 수 있다면

봄인지 가을인지 서늘한 바람과 함께 거리를 달리는 중이었고 나보다 다섯 해쯤 앞장서 살고 있는 그에게 조심히 물었다. 오늘보다 당신이 조금 더 젊었을 때 하지 못해 후회하는 게 무엇이냐고. 내 지난 삶에 대한 후회가 많아서는 아니었으나 훗날 오늘에 대한 후회가 사무치게 남겨질까 겁이 났다. 내게 남은 삶이 줄어드는 만큼 욕심이 늘었다.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세월이 멀어지는 만큼 두려움은 커졌다. 되는대로 그저 살아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주어진 삶의 직무유기 같았다. 무슨 말이든 어떻게든 지금의 내 마음을 털어내고 싶었던 두서없는 생각들을 밀치고 질문 하나 툭 터져 나왔다.


' 과거는 가정할 수 없어. 오늘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 제일 후회되는 건 나를 둘러싼 소소한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날들이다 '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한 문장이 내게 안겼다. 과거는 가정할 수 없으므로. 나는 살아온 시간에 대해 충분한 감사와 안녕을 그리고 살아갈 날들에 대해 충분한 믿음과 기대를 안기로 한다. 알 수 없는 내일과 삶의 불안정함을 함께 하고 있는 타인의 공감이 필요했던 봄 어쩌면 가을 같은 밤. 담백하고 담담한 무채색의 대화가 뜨겁고 깊게 사무치는 유난스러운 날이있다.


포르투갈, 흐린 포르투 동루이스다리 곁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나 슬프고 누구나 불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