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뉴욕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신 여기서 이 계절을 보낼 리 없다 확신했다. 너무 추웠고 삭막했고 조금 무서웠으며 서러웠던 기억. 내 첫 번째 뉴욕 그 해 12월의 나는 살얼음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종일 회색 시멘트 빛 도시를 헤맸다. 캐럴과 사랑과 포옹이 넘치던 브로드웨이 한복판에서 차가운 맥도널드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던 기억이 전부인 나의 뉴욕. 그렇게 십 년 만에 다시 맨해튼을 걸었다. 그때처럼 12월이고 겨울이고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거리 곳곳에 흩날렸다. 변하지 않은 도시 위에 나만 훌쩍 변한 채 서 있다. 세월은 내게만 흘렀다. 손발 시린 혼자였던 기억의 내 뉴욕을 둘이서 함께 걷는다. 까마득 기억날 리 없다 여긴 십 년 전의 장면이 불쑥 찾아와 안긴다. 나의 뉴욕은 이제 우리의 뉴욕이 되었고 나의 두 번째 뉴욕은 함께 있어 제법 따뜻하다. 다시 이 곳.
2018 12_ 다시 뉴욕, 그리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