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문화 혁신 크리에이터_소통하고, 배우기 위해서 씁니다
명시된 규정으로 구성원의 열정을 이끌어 낼 수는 없지만 문화로는 가능하다.
규칙의 본질 Part1에서는 명시된 규칙인 보상/처벌의 규정이 가져올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Part2에서는 문화라는 이름의 암묵적인 규칙과, 규칙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규정과 문화의 결정적인 차이는 이를 수용하는 사람의 반응에서 나타납니다. 전자는 수동적인 반응을, 후자는 능동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것이지요. 원치 않는 것을 강제받는가 아니면 자발적인 마음으로 실천하는가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잘 만들어진 조직 문화는 구성원에게 선택의 여지를 만들어주고, 이로부터 개개인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규정을 만드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조직 운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좋은 문화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많은 CEO들이 문화보다 규정에 기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규정을 만드는 일은 나무를 잘라 표지판을 세우는 일과 같지만 문화를 만드는 일은 물과 거름을 주며 수목을 가꾸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좋은 문화가 아닌 나쁜 문화가 조직 내에 생성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관리를 생명으로 하는 경영의 관점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좋은 문화와 나쁜 문화를 가르는 규칙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됩니다.
규칙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처음에 어떻게 규칙을 만들기 시작할까요? 아마도 더불어 모여 살다 보니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호 간 약속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것들이 모두의 합의하에 규칙이 되기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사회 정의론의 저자인 존 롤즈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사회의 규칙에 대한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습니다. 롤즈는 모두가 아직 사회라는 것을 시작하기 전의 단계를 가정합니다. 즉 자신이 사회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일지 가난할지, 노동자 일지 고용주 일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 함께 사회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드는 상황을 가정한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어떤 규칙을 합의하게 될까요?
이런 관점에서 저는 규칙이란 '조직의 구성원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지의 베일 속 원초적 입장에서는 모두가 구성원을 가급적 행복하게 하는 규칙에 동의할 것입니다. 여기서 규칙은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많은 회사의 규칙들(규정과 문화를 모두 포함합니다.)이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 사람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회장님께서 싫어하시니 복장은 이렇게 한다.'와 같은 것이지요.
평생직장을 약속하지 못하는 시대에 조직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규정들을 잔뜩 만들어놓고 사내 문화에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조직원들의 이직이나 이탈에 대해 의리가 없다느니, 인내가 부족하다느니 하는 경우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규칙은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적인 본질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규칙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과 소통의 과정, 사회적 실험과 구성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것들은 길고 험난한 과정이지만 단순한 일등 회사가 아닌 일류회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