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문화 혁신 크리에이터_소통하고, 배우기 위해서 씁니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팀은 각자에게 분산되어 있는 지식을 한 문서에 모으는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동작업이다 보니 책임소재가 확실하지 않았고 편익의 배분도 확실치 않아서 참여율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 하나의 룰을 고안했습니다. 각자가 가진 지식을 자유롭게 기재하도록 하고 일정기간 가장 많은 참여한 사람에게 작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시스템을 도입해 약간 경쟁적인 심리를 조성해보자는 의도였지요.
그런데 의외의 장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회사 동료인 OO님께서 조용히 이 룰에 반대의견을 내주신 것이지요.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OO님은 이 과업을 다른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는데, 만약 보상이 도입된다면 꼭 그 보상을 얻기 위해 이 과업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여서 오히려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통해 규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규칙에는 1. 보상과 처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2.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조직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규칙은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다른 형태로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내일부터 지각자에게는 공식적으로 페널티를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보상과 처벌의 규정을 엄격하게 설정할 때 일어나는 반응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 지각을 엄격히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의 마음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생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1. 갑자기 다른 규칙들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왜 지각만 단속한다는 걸까? 그럼 아침 일찍 오는 것에 대한 보상은? 나는 어제 새벽 두 시까지 일하다 갔는데 이런 건 고려 안 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우리 회사 보상/처벌 규정은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걸까?
2. 규정당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를 원하게 된다.
출근시간은 엄격히 지키면서 퇴근시간은 왜 안 지켜질까? 출근시간을 지켜야 하니 퇴근시간도 잘 지켜야겠다.
3. 지각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지각에 대한 페널티를 받았으니 더 이상 도덕적인 책임감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각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진 것과 다름없는 것이니까.
모든 규칙이 무용한 것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보상과 처벌의 규칙이 정해질 때 나타나게 되는 부작용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규칙이 악용되거나 우회적인 꼼수가 생겨 오히려 규칙의 본래 의도가 퇴색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구성원들은 조직 내의 불합리성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되고 불만이 커지면 사기가 저하되겠지요.
바로 여기서부터 `조직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조직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규정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수동성을 이끌어내는 규칙이 아닌 능동성을 이끌어내는 문화의 힘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IBM에 있으면서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는 것을 알게 됐다.
- 루이스 거스너 IBM 전 회장
문화라는 이름의 규칙은 어떻게 승부 그 자체가 될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