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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Apr 20. 2022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책이 팔리지 않는 이 시대에, 책을 내는 것에 꽤 진심인 편입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 뒤이어 두 번째 책을 낸 지 벌써 3년 반이나 지났네요. 그리고. 또 세 번째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첫 출간 1년 만에 두 번째 책을 낸 것에 비하면, 서너 배 기간이 걸린 셈이네요.


 이유가 여러 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내는 데에 신중해졌다고나 할까요. 처음엔 책을 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고요. 그 후엔 점점 더 좋은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책에 대한 사랑이 거창해졌다고나 할까요.


 이번 책은 4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칼럼으로 시작되었습니다. 4년 전 저는 매일경제에 주 2회 칼럼을 쓰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상에는 수많은 필진의 글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딱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대박 나는 인기글, 트렌드에 맞는 글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주요 독자층인 2, 30대가 아닌 나로선 감정이입이 안 되었죠. 또 가방끈이 길어야 쓸 수 있는 글이나 문학적인 글은 불가능했습니다. 나만 할 수 있는 거라...


 그러자 제 나이의 한계를 역이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내 나이로 쓸 수 있는 글을 쓰자고 말이에요.


그렇다고 구한말 이야기나 조선왕조 이야기는 힘들겠죠. 이 시대에 가장 가까운, 지금으로부터 딱 반세기 전 이야기는 쓸 수 있었습니다. 유년부터 꾸역꾸역 살아온 이야기니까요.


그 시절 이야기는 다소 유치하거나 찡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요. 우린 그렇게 가난하고 또 촌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참 따뜻했습니다. 구들방 아랫목에 서로의 발을 비비며 추운 겨울을 보냈고, 여름엔 펌프 물 한 바가지로 마당에서 등목을 하며 더위를 날렸습니다. 고등어 한 마리를 상 위에 올려, 온 식구가 서로 살을 발라 숟가락에 얹어주며 고픈 배를 채웠습니다. 또 오렌지가 한 알갱이도 들어가지 않은 가짜 가루 주스로 혀가 빨개지곤 했습니다.


 그 가난하고 따뜻했던 열차를 타고 고속으로 달려온 지금,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좋기만 할까요? 이내 가슴에 그득그득 차오르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시절의 장면들입니다. 그 장면들은 또 유산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밈으로 스며있습니다.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 꺼내지 못하는 따듯한, 이웃의 정 같은 것 말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풀어썼습니다.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오래되니 더욱 그리운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다시는 그렇게 살 수 없겠죠. 대신 제 글을 읽고 사회가 조금만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군데 투고를 했습니다. 늘 그렇지만 거절 메일이 무수히 왔어요. 그런데 전과는 좀 달랐습니다. 자동 답변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과는 맞지 않지만 딱 맞는 출판사가 있다며 소개를 해주기도 했어요. 추억이 떠오른다며 글이 참 좋다라고도 했고요. 하지만 책으로 내는 건 자신 없다는 결론이었죠.


 출판사는 달랐습니다. 제 글이 여운이 남는다면서 출간해주기로 했습니다. 대표님과 나눈 대화를 잠깐 옮겨볼까 합니다. 대화 내용 자체로 제게 감동을 주었으니까요.


나: 요즘 출판시장이 어려운데 책을 만드시느라 수고하십니다.

-어렵다뇨, 어렵지 않아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몇 천부 몇만 부 팔리는 책을 내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꾸준히 팔리는 부수가 늘 있습니다.


나: 요즘 독서 인구를 영상매체로 많이 빼앗기지 않았나요?

-물론 그렇지만, 언제나 제대로 책을 고르고 책을 읽는 인구는 얼마 안 돼요. 그 저변은 넓어지고 있어요. 도서관이 많아지고 각종 독서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죠. 특히 독서 마니아층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 층이 진정한 독서인구 저변을 확장시켜줄 거예요.


 대표님은 인기에 영합해서 단순히 잘 팔리는 책을 내는걸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보다는 '좋은 책'을 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셨습니다. 대화 중 꼰대 기질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유연함과 순수함이 돋보였고요.


 제 책은 이변이 없는 한 7월 중순에 나올 예정입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고 좋아요. 를 눌러주거나 댓글을 달아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번 책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염치없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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