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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Sep 07. 2022

출간 소식입니다.

달고나와 이발소 그림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저의 세 번째 개인 저서 [달고나와 이발소그림] 출간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 때였습니다. 잔인한 장면이 많다 하여 보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내용이 낯익다 했습니다. 구슬치기, 달고나 등 우리 어린 시절 놀이 들 말입니다. 처음엔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달고나를 침으로 핥고 이쑤시개로 모양을 따내는 장면입니다. 그 내용은 제가 2019년도에 브런치에 쓴 내용과 흡사한 것이었습니다. 듣자마자 내 글을 본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죠. 그 비법은 저만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그렇게 모양을 땄다고 하더군요. 괜히 멋쩍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 추억 글이 브런치에선 인기가 없었습니다. 다른 글에 비해 댓글이나 좋아요가 가장 적게 나오는 글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나의 어린 시절 추억에 남들이 흥미를 느낄까 싶은 거예요. 브런치는 20-40대가 주를 이룹니다. 우리나라 독서시장을 끌고 가는 주역들이지요. 상대적으로 50대 이상을 독자로 염두에 두는 책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제 편견 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이 내용을 책으로 내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제 글은 한 번 까인 글이었습니다. 두 번째 책을 계약하던 날 출판사 대표님께서 다음 책을 준비 중인지 물어보셨습니다. 당시 제가 매일경제에 연재형식으로 쓰던 586 추억 글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좋은 주제라며 그것도 선계약하자고 하셨습니다. 전 너무 기뻤죠. 무명작가가 두 권의 책을 동시에 계약하다니 말입니다. 그 기쁨은 얼마 못 가 무너졌지요. 제 두 번째 책이 기대와 달리 판매량이 저조하자 그 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신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글들이 아니라 출간이 어렵겠다고요. 아주 완곡한 표현으로 "우린 이런 감성글을 내는 능력이 없습니다."


이미 주변에 다 말해 놨는데.. 그때 저의 모습은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유기견 그 자체였습니다. 글은 분량이 차고 넘치는데 책을 내줄 출판사가 사라진 겁니다. 보통 책내는걸 출산의 고통에 비유하는데 딱 제가 그랬어요. 마치 배가 남산만 하게 산달이 다 되어 아기 낳아줄 곳을 찾는 산모요.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어요. 그 뒤로 그 책을 어떻게 낼까 고민만 4년을 한 셈입니다. 브런치에서 반응을 엿보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50대 아줌마의 추억 글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저는 쓰고 싶었습니다. 우리 586세대가 가진 추억이 얼마나 따뜻했으며, 얼마나 소박 했는지를요.

저는 지금의 풍요가 좋습니다. 하지만 마음까지 풍요롭다면 더 좋겠습니다. 마음이 따뜻하려면 나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아요.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의 공동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훨씬 행복해질 것 같아요.

책이 나오자 주변의 반응이 전보다 따뜻합니다. 어릴 적 추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면서 한참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책이 나온 지 열흘도 안되어서 반응을 말하긴 뭐하지만 적어도 전보다는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20대에서 40대 중반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40대 중반의 독자라면 책 내용의 40% 정도는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어린이들이 좋아합니다. 제가 학교에 있어서인지 제 책을 읽은 학생들은 너무 재밌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검정고무신'이라는 레트로 만화가 인기거든요.

그리고 오늘 한 지인이 해준 말이 가슴에 남아 종일 행복했습니다. "이 책은 동화이자 다큐 같습니다. 어쩜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이렇게 낱낱이 기억하고 쓰실 수 있는지요. 덕분에 하루 종일 과거 여행을 했습니다."

지난 주말엔 친한 친구들과 출간 기념 호캉스를 했습니다. 이때 엄청난 독서가인 친구가 밑줄이 많이 그어진 제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벅찼습니다. 누군가에게 밑줄을 긋게 하는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에요. 그 친구가 한 말에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네가 써준 책 덕분에 내가 어린 시절 얼마나 행복한 아이였고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알게 되었어. 요즘 힘들었는데.. 어린 기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참 구나."


책을 쓴다는 일은 참 고달픈 일입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교정, 또 교정. 그 독한 기간을 지나 출간을 해냅니다. 어제는 비바람을 뚫고 대형문고에 가보았습니다. '내 책이 제발 옆구리를 보이며 서있지만 말아라. 옆구리를 보이더라도 누운 상태로 보여라. 아예 가슴을 보여주고 발라당 누워있으면 더 좋고.' 하지만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냥 제 책은 검색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아직 며칠 안 되어서 그렇다고 저 자신을 위로해 봅니다.


이번 작업은 다른 책의 두배는 힘들었습니다. 삽화까지 신경을 써야 했으니까요. 그림을 좋아하는 아들이 그 일을 맡아주었습니다. 출간 예정일은 7월 중순이었는데 아들이 한 달간 영국으로 여행을 가는 바람에 한 달 이상 늦어졌습니다. 그 기간이 얼마나 애가 타던지요.


이 책이 아주 많이 팔리지 않아도 슬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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