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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준범 Jan 28. 2019

실리콘밸리 유니콘 회사가 일 시키는 방식

그리고 나의 희망사항

기업 가치 2조 원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앱러빈(AppLovin)에서 일을 하며 정말 즐거웠다. 평생 창업을 꿈꾸던 나로선 한국에서 한 회사를 자리 잡게 하는 업무들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물론 자유로운 출퇴근, No꼰대 문화 등도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더더욱 내 회사를 운영하는 느낌이 났던 것 같다. 


한국이라는 모바일 시장은 참으로 애매하다. 구글 플래이와 앱스토어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4등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는 고작 일본의 28%, 미국의 22% 수준이다. 한국은 게임 매출이 93%나 차지한다. 그중 22%는 리니지M이 장악한다(데이터 출처: 센서 타워). 대작 게임들은 TVC, OOH 광고에 대부분의 예산을 쓴다. 어쩔 수 없이 모바일 광고시장 관점에서 한국은 일본 시장에 치이고 중국 시장에 치인다. 사실 비교 대상이 아닌데도 언뜻 겉에서 보기엔 한국이 꽤 큰 시장으로 보이기에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회사는 APAC의 거점을 한국보다는 일본으로 두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중국은 나라 자체가 한 Region으로 취급을 한다. 한국 시장은 좀 애매하다. 얼른 통일이 되어서 내수시장이 커졌으면 좋겠다. 

<출처: 네이버 맵>


앱러빈은 특이하게 KPI가 없다. 다들 알아서 열 일한다. 내가 일해본 외국계 회사 중 가장 일을 열심히 하는 집단이다. 질문이나 요청사항을 던지면 대부분 당일 답변이 온다. 그것도 미국 친구들이 퇴근 시간 이후에!


KPI가 없기 때문에 팀원들끼리 더욱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 해외 콘퍼런스에서 다른 나라 클라이언트를 만나도 상품설명을 잘해주고 적극적으로 담당 국가 직원에게 연계해준다. '네가 잘하면 우리 회사가 잘 되는 것이고 그게 내가 잘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생각한다. 미팅도 거의 없다. Bi-weekly미팅도 안건이 없으면 취소한다. 어떻게 직원들을 이렇게 믿을 수 있을까 싶다. 어쩌면 그래서 인원 충원에 보수적인듯하다. 당시 앱러빈의 인당 매출이 대략 30억 원이었다. CEO가 직원들 스톡 옵션으로 잘 챙겨줬다. 굳이 직원들이 달라고 안 해도 너네가 이만큼 기여를 했으니 스톡을 주겠다라며 주기도 했다. 이미 여러 엑싯 겸험있는 분이라 이젠 돈보다는 IPO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극소수 정치가들이 지저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좋은 회사임은 분명하다.  


나는 계속 외국계 회사 위주로 다니고는 있지만 한국 정부가 외국계 IT 업체들이 한국 진출하는 것을 조금 제지했으면 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후 그 자본을 가지고 한국 진출을 하게 되면 한국 토종 IT 기업들은 따라가기 힘들다.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적게는 3.2조 원 많게는 5조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네이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알다시피 Facebook, Instagram, YouTube는 각 분야에서 한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Uber를 불법으로 판정하고 Didi를 밀어줬다. Uber의 기업가치가 130조 원인데 후발주자이자 copycat인 Didi의 기업가치 목표치가 88조 원이다. 


Moloco(한국계 미국 회사라서 항상 응원중), Gameberry, 애드픽, 스마트 포스팅, Widerplanet, IGA Works, Cauly, Dable, Buzzvil, NBT, Ab180등 토종 광고 기업들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모바일 IT 기업은 주로 동남아와 일본 진출부터 시도한다. 동남아는 광고 단가가 너무 낮아서 시장 전체를 독점해야만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은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다. 어차피 힘든 글로벌 진출, 미국부터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언젠가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맡아서 해보고 싶다. 단, 그 회사가 실리콘벨리 회사의 업무 방식일 경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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