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범석 Dec 28. 2023

메이커와 유저를 위한 디자이너

플랫폼 디자이너로 1년을 보내고

이전 회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에 플랫폼 디자이너로 이직을 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온전히 디자인 시스템에만 집중하며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플랫폼 디자이너의 역할은 조직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매우 주관적인 내용임을 감안하고 봐주길 바란다.





플랫폼 디자이너?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명칭은 몇 년 전 토스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에서는 'Product Designer: Design System', 'Core Product Designer' 등 다양하게 부른다고 한다. 이름은 그것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디자인 시스템을 설계하고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 직무를 '플랫폼 디자이너'라고 칭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고, '시스템 디자이너'는 어떨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워낙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맞고 틀리다를 논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 글에서는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칭하고 있는 '플랫폼 디자이너'로 표기하겠다.


먼저 플랫폼 디자이너와 가장 밀접하게 협업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심미성과 사용성을 넘어 비즈니스 맥락까지 이해하며 사용자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사람이다. 조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여 사용자에게 배포될 때까지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플랫폼 디자이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완성도 높은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컴포넌트를 디자인하며 개발 스펙을 정의하고, 사용자에게 일관되고 편리한 UI를 제공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플랫폼 디자이너의 역할


1.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

많은 디자이너가 공감하겠지만 포토샵으로 UI를 디자인하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비효율적이었다. 지금은 툴의 발전으로 훨씬 효율적인 디자인이 가능해졌고, 이 툴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해내야 하고 잘 해내는 사람이 플랫폼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안을 만들고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제품을 만들어갈 때, 플랫폼 디자이너는 이들이 레고를 조립하듯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며 극한의 효율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2.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

이 역할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설계한다면 플랫폼 디자이너는 사용자와 제품의 접점인 UI 측면에 조금 더 집중하여 인터페이스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고, 일관된 디자인 패턴을 통해 러닝 커브를 낮춰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플랫폼 디자이너가 하는 일



1. 디자인 시스템 관리

새로운 컴포넌트를 만들거나 기존 컴포넌트를 개선한다. 재사용성이 높은 UI 요소를 컴포넌트로 제작하는데 그 시작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1) 플랫폼 디자이너가 선제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파악하여 컴포넌트 제작

주로 디자인 시스템 구축 초기에 많이 발생한다. 디자인 시스템이 없거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모든 화면을 취합한 후 반복되는 패턴과 UI를 찾아내어 컴포넌트로 제작한다. 디자인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후에는 프로덕트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컴포넌트를 제안하고 검토를 거쳐 제작하기도 한다.


2) 프로덕트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가 컴포넌트 제작 요청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완전한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디자인을 100% 커버하지 못한다. 디자인 시스템은 변화하는 프로덕트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해나가는 또 하나의 프로덕트이다. 문제를 해결하여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되는 실험으로 새로운 UI와 패턴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부터 종종 컴포넌트 제작 요청을 받게 되는데, 재사용성과 확장성을 검토하여 컴포넌트 제작 여부를 결정한다. 일시적이거나 실험적인 UI는 디자인 시스템에 넣기보다는 로컬 컴포넌트로 만들어 사용하도록 하고, 재사용성과 확장성이 검증되면 그때 디자인 시스템에 추가한다.



2. 컴포넌트 사용성 개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스템의 컴포넌트를 활용하여 쉽고 빠르게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회사들이 그렇듯 지금 내가 재직 중인 곳에서도 피그마를 사용하는데, 단순히 컴포넌트를 정의하여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디자이너가 들어왔을 때도 디자인 시스템을 빠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러닝커브를 낮추는 것이 필요한데, 피그마에 대한 기본 이해만 갖추고 있다면 컴포넌트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더해 간단한 가이드 문서를 제공하면 더욱 좋다. 또한, 올해 대규모 업데이트처럼 피그마 제품의 개선이 이루어질 때는 그 기능들을 활용하여 더욱 쉽고 효율적인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한다.



3.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디자이너가 가장 많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직무가 바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이다. R&R은 구분되어 있지만 직무 특성상 매우 밀접하게 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컴포넌트 추가/개선 요청이 들어올 경우 해당 컴포넌트가 사용되어야 하는 배포 일정에 맞춰 컴포넌트 디자인 일정과 개발 일정을 조율하고, 피그마에서는 언제부터 사용 가능한지 공유한다. 또한 디자인 시스템을 배포할 때마다 어떤 컴포넌트가 추가되고 수정되었는지 공지하여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이를 인지하고 디자인 작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배포 후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하기도 한다.



4.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

컴포넌트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 의도와 요구사항을 개발자가 쉽게 이해하고 만들 수 있도록 상세한 수치와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가이드를 작성한다. 기본적인 여백과 크기 뿐만 아니라 Hover, Pressed, Disabled와 같은 컴포넌트 상태에 대한 가이드와 Type, Size 등 속성에 대해서도 작성한다. Date Picker처럼 복잡한 컴포넌트의 경우 실제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케이스를 파악하여 상세하고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QA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케이스가 나오기도 하므로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간혹 더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위해 간단한 인터랙션 가이드를 작성할 때도 있다.



5. 디자인 시스템과 프로덕트 개선

작게는 컴포넌트 단위로 사용성을 개선하기도 하고, 크게는 더욱 임팩트 있고 설득력 있는 프로덕트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프로덕트의 룩을 갑자기 크게 바꾸면 기존 사용자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조직에서는 Design Material을 정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디자인 의사결정의 기준을 명확히 잡아주고 프로덕트의 일관성을 높여주는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플랫폼 디자이너가 모여 우리 프로덕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Material을 찾고 정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비록 완성은 하지 못했지만 본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잘 만들어진 Material의 예시로는 Google Material Design System의 종이와 펜, Microsoft Fluent Design System의 solid, mica, acrylic, smoke가 있다. 각각 자신들의 개성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설득력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경계를 가르지 않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고 편리한 경험을 설계하는 것도, 메이커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모두 재미있고 디자이너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문제를 가리지 않고 해결하며 성장해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2022년 상반기 독서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