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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ug 17. 2024

VVIP행사와 근로의욕의 상관관계


 지난주, 한 홈쇼핑 행사에 초대되어 강남 소재의 호텔에 방문하였다. 동반 1인까지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는데 같이 가려했던 엄마는 친구분들과 여행 약속이 있으셔서 급하게 같이 갈 친구를 섭외했다.

평일 오후 일정이라 반차까지 내고 차를 끌고 갔건만, 여러 층의 넓디넓은 주차장에 차 댈 곳이 하나도 없었다.


평일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하고 만다. 그 차들이 어떤 목적으로 그곳에 와 있는지도 모르면서, 여유 넘치고 돈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다.

몇 바퀴를 돌다가 겨우 한 칸을 발견하여 차를 대고 행사장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빨리 올라가려는 생각에 급하게 지나쳤지만 5성급 호텔답게 로비부터 고급졌다.






 직원이 안내해 주는 자리에는 내 이름과 원래 같이 가려했던 엄마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렇게까지 준비한 정성에 놀라며 자리에 앉으니 웰컴 드링크와 핑거푸드가 내 앞에 놓였다. 친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한 끼도 못 먹어 너무 배고팠던지라 앞에 놓인 음식을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그야말로 간에 기별이 안 가는 작고 소중한 양이었는데, 비주얼과 맛이 음식이라기보다는 작품에 가까웠다. 나의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음식을 거의 다 먹을 때쯤 친구가 도착했다.


 친구는 오자마자 엘리베이터를 누가 잡아주길래 호텔이라 으레 그런 건 줄 알고 쳐다봤다고 했다. 어머 웬일 그분이 바로  김창옥 강사님이었다며 격양되어 있었다. 나도 평소 좋아했던 분이라 역시 젠틀하시구나 생각하며, 그분 실물 멋있으시지? 하며 친구와 주접을 떨고 있는 순간 강사님이 우리 옆으로 지나가셨다. 행사 식순 안내장을 보니 행사의 강연자로 오신 거였다. 그곳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지진 않았지만, 나나 너나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네 삶의 리얼리티를 콕콕 찌르는 강사님의 위트 넘치는 강연에 친구와 한바탕 웃었다.  


강연이 끝나고 프라이빗 FW 패션프리뷰가 시작되었다. 홈쇼핑의 대표 쇼호스트와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패션쇼를 진행했다. 행사가 끝나고 나올 때는 홈쇼핑 기업에서 모든 참석자에게 우산, 화장품과 스카프등이 담긴 쇼핑백을 일일이 나눠줬다.





친구와 얘기를 더 하려고 장소를 옮기려는데 친구가 덕분에 좋은 경험 했다면서도 대체 얼마를 샀길래 VVIP고객이 된 거냐고 놀려댔다. 홈쇼핑 소비 역사가 길기도 했지만, 내 소비습관이 원래 그런 편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나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물건 따라 여기저기 옮겨다니기보다는 꾸준히 한 곳에서 구매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단골 혹은 로열 커스터머에게만 주는 대접과 혜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 역시 그런 프라이빗(!)한 행사에 초대된 것이 처음이라 되려 나는 그곳에 온 다른 고객들을 관찰했다. 화장실에서 줄을 섰을 때, 행사장을 걸었을 때, 테이블 위 혹은 의자에 걸린 그녀들의 가방이 대부분 명품 브랜드 C사의 가방인 것을 보고 소비와 돈에 대해 생각했다. 강남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깜빡이 없이 차부터 들이미는 양아치 운전자들을 보고 저렇게 비싼 차를 몰고 다니면서 운전매너는 천박하네 하면서도 소비와 돈에 대해 생각했다.


 뻔한 수입의 월급쟁이로서 요즘의 미친 물가를 걱정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많은 돈을 버는 걸까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행사에 같이 갔던 친구는 행정구역상 강남구에 살고 있었는데 얼마 전 10년간 살았던 아파트를 처분했고, 10억의 차익을 남겼다고 했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아니었음에도, 거주하면서 1년에 1억을 번 셈이다.


안 그래도 덥고 피곤해서 출근에 대한 의지가 박약해지는 요즘이었다. 지금 이 순간, (뾰족한 방도가 없음에도) 근로 의욕이 인정사정없이 후드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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