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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ug 18. 2024

클세권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쯤, 인천시향의 지휘자는 금난새 님이었다. 클래식의 문외한인 내게도 잘 알려진 이름이었기에 그 유명세의 영향으로 인천시향의 공연을 몇 번 보러 갔었다. 그 후로 몇 년 동안은 (원래 좋아했던) 뮤지컬과 연극 관람을 주로 하고 클래식 공연은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러다 작년부터 한 피아니스트의 공연과 클래식 줌강의를 듣는 일들이 우연히 겹쳐지면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직접 보고 듣는 연주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깨달은 뒤부터 기회가 닿는 대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게 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10여 년 만에 인천시향의 정기연주회를 보러 갔다. 지역시향 공연은 예술의 전당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장소적 접근성과 인천 시민에게 주는 할인 혜택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다. 평일 퇴근 후 커피값 정도밖에 안 되는 돈으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는 건 그야말로 호사였다.

송도 아트센터인천에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작지 않은 공연장이 많은 관객들로 꽉꽉 들어찼다. 내가 안 하던 걸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무언가를 하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직원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연주될 곡은 무엇이고 몇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악장과 악장사이의 박수는 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손뼉 칠 타이밍에 대해 늘 고민하고 눈치 보는 나 같은 관객에게는 너무도 친절하고 안심되는 설명이었다.

그 때문인지 공연시작부터 기분이 좋고 편안했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번 인천시향의 연주 역시 그랬다.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여러 악기 소리들이 어우러지다가, 켜켜이 쌓아 올린 연주의 템포가 절정에 치달으면서 합이 탁 맞은 채로  곡이 끝난다.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공연장의 관객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쾌감이다.



 둥글지 못한 성격과 날 선 시선 때문인지 15년이 돼 가는 직장생활은 내게 '조직과 집단'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감정만 안겨주었다. 협동과 협심보다는 어떤 인간이 일을 안 해서 혹은 어떤 인간의 수준과 능력이 저것밖에 안 돼서 내가 피해를 본다는 억울함과 피해의식만이 도사렸다. 상황 돌아가는 것이 보이는 짬이 되고 나서는 절대 내가 손해 볼 수 없다는 계산이 빨라졌고, 상대가 나를 치기 전에 먼저 선을 그어버렸다. 진상민원의 억지, 비합리와 비효율로 뒤범벅된 업무지시들에 시달릴 때면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역시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소음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힘이 실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런 월화수목금을 보냈는데,  금요일 저녁에 집단이 만들어내는 '하모니의 미학'을  체험하니 감개무량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한 뜻으로 해석하고, 함께 연주해야만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결과물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인천시향의 공연이 끝났을 때 연주자체의 감동뿐 아니라 이에 대한 감사함으로 모든 연주자분들께 큰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의 열렬한 함성과 박수 소리에 뒤에 있어 잘 보이지 않은 소수 악기 연주자와 단원들을 일으켜 세워 인사시켜 준 이병욱 지휘자님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내년에 이사 갈 아파트 주변에 역은 없지만, 아트센터가 가까워 세권이 확보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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