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에서 여는 인문학 강의에 ‘박웅현’님이 강사로 오시다니, 대박! 한 달 전부터 냉장고에 붙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D-DAY!
아이가 태어난 지 36일째 되는 토요일, 하필 강연 시간은 태풍 링링이 서울에 가장 근접하는 오후 3시!
아내의 배려로 강풍을 뚫고 강연장으로 향했다. 태풍 때문인지 사람은 많이 모이지 않았다. 덕분에 시간을 맞춰 갔음에도 앞쪽 자리에서 집중해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보통 강연을 듣다 보면 주제와 어긋나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박웅현 씨는 주제에 충실했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결론을 먼저 던져주고 왜 그러한지를 설명했다. 본인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들만 손글씨로 써서 피피티로 보여 주는 간결함도 군더더기 없이 집중도 있게 다가왔다. 책 속의 여러 구절들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독서 내공과 열정, 가치관등이 묻어 나왔고 책이 어떻게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 줄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는 책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고 말한다. 똑같은 밥을 먹어도 더 맛있게 먹게 되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인생이 덜 힘들게 된다고 말한다. 그 핵심 키워드로 ‘감정 이입’을 강조했는데, 심지어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사람은 괴물이 되어간다고까지 말한다. 꼰대는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때문에 꼰대란다. (과연 난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힐링이 되는 좋은 시 구절들도 많이 소개해 주셨는데, 음악을 들으려면 전기를 투입해야 하듯이 시를 읽으려면 감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면 무심히 보던 것을 유심히 보게 되고, 안 보던 것을 보게 되는 지식과 지혜, 감성이 생기게 된다. 책 읽기가 우리 삶의 객관적인 조건들을 바꾸지 않지만, 주관적인 관점을 바꾸어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것이다. 글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문장들에 매료되며 내가 그런 글을 써내는 능력은 없을지라도 읽으며 감동하고, 삶의 태도와 시선이 변화될 수 있는데 어찌 책을 읽지 않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완전 공감하고 동의하는 강연이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와 함께 책을 더 가까이 두고 싶은 열망이 들게 해 주는 강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