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 순간에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는 게 삶이야.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이 언젠가 다가오겠지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이 한 문장이 소설인 이 책을 가로질러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마음을 때린다. 우연이든 노력이든 살면서 일어나는 커다란 사건들은 그렇게 우리 삶에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때론 좋은 사건으로.. 때론 좋지 못한 사건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벤 브래드포드’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아내와 바람을 피우는 이웃주민인 ‘게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은 아니었지만 금수저로 태어나 월스트리트 변호사로 누리던 모든 것들을 그 한순간에 다 잃게 되었다. 사진작가가 꿈이던 벤은 죽은 게리의 삶으로 둔갑해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조용히 숨어 살고자 했던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게리가 된 벤은 사진작가로 큰 명성을 얻게 된다.
“최고의 사진은 늘 우연을 통해 나온다.
딱 맞는 순간은 절대로 예술가 스스로 고를 수 없으며, 그저 우연히 다가올 뿐이다. 사진가는 손가락이 제때에 셔터를 누르도록 하느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꿈꿔오던 그 우연이 게리의 삶 속에서 계속 터져 나온다. 새로운 사랑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성공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가짜 게리로서의 삶은 숨어야 사는 삶이었고 뜻하지 않은 성공과 유명세는 오히려 그의 삶을 다시 한번 파괴하게 된다.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건대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벤이 살인을 저지르기 전 벤의 친구인 빌이 한 말이다. 너무 현실적인 조언이라 계속 머릿속에 이 문장이 맴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삶의 루틴에서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욕망에는 대가지불이 있고, 내가 지루하다고 믿어왔던 그 하루하루의 안정과 행복이 지불되는 경우가 많다. 지불된 후에는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어 해도 되찾을 수가 없다. 그저 내 삶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사진’이라는 것과 ‘인생’이라는 것은 닮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 두 키워드를 교차시켜 독자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사진이든 인생이든 기술을 연마하고, 열심히 행동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단계에 오를 수 있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찾아온다는 것. (물론 충분히 준비된 자에게 그 우연의 기회는 더 많이, 더 가까이 제공될 것이다.) 그것이 벤의 삶에서 보여지는 빅픽처인 것이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빅픽처일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