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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군 May 11. 2020

책을 읽으면 어떤 사람이 될까?

(책을 읽읍시다!)


추상적인 질문이기는 하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일 거 같다. 책을 읽으면 어떤 사람이 될까?

물론 여기엔 많은 전제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든 안 읽든 우리는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책을 읽느냐, 어떻게 읽느냐, 어떻게 생각하고 적용하느냐가 중요한 전제가 될 수밖에 없겠다. 일일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는 선에서 세 가지로 제시해 보려고 한다.

1.  좋은 사람이 된다.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필요하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세상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폭이 넓어져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올바른 행동과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분별력이 길러진다. 무지로부터 나온 말과 행동들이 교정되고,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마음의 폭이 넓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일어날 일들이다.

한 권의 책은 사람을 가장 편협하게 만들지만, 다양한 여러 권의 책은 우리를 겸손하고 관용 있는 사람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아무리 책을 빠르게 많이 읽는다 해도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얻을 수는 없다. 책은 보면 볼수록 자신의 무지한 영역을 더 많이 발견하게 해 주고, 수많은 저자들의 경험과 통찰에 더욱 자신을 낮추고 가다듬게 한다.
또한 책은 좋은 스승이자 친구가 되어 줄 수도 있고 부모가 줄 수 없는 많은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다. 다양한 영역들의 정제된 문장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일으켜주고, 우리의 인격과 성품을 다듬어 줌으로써 더 좋은 사람에 수렴해 가도록 각자의 삶을 인도해 줄 것이다.

2.  나은 사람이 된다.
책은 방향을 바꾸는 일들을 한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자극을 준다. 책을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경험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책을 통해 모든 사람이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책을 가까이했다. 내 삶에 도약을 일으키는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또 있을까?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어떠한 의지와 열정을 가져야 하는지 도전받게 된다. 이러한 생각과 마음의 움직임들이 반복되다 보면 가치관과 세계관이 형성되기도 하고 변화되기도 한다. 그러한 가치관과 세계관들은 알게 모르게 삶 속의 작은 선택과 결정들부터, 중요한 일들의 선택과 결정들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책을 통해 부지런히 생각하고 행동하는 노력들은 이전에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하고, 이전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하게 해 주며, 이전에 내가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게 해 주는 일들을 한다. 이전의 나보다 한 층 더 나은 나의 모습으로 성장시켜주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누구보다 더 나의 내가 되고 싶다면 책과 친해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  많은 사람이 된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가 풍요롭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는 지적 능력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지적 능력은 각종 지식과 정보를 알게 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삶 속에 적용하고 풀어내는 응용능력까지 포함한다고 말하고 싶다. 적절한 어휘를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능력과 여러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 삶의 문제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책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 능력은 진정으로 교양 있고 의식 있는 지성인으로 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두 번째는 공감 능력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책은 다양한 시점과 관점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편식과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면, 내 입장만 고수할 수 없게 만들어 준다. 마음을 열고 책 속 다양한 이들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구름을 보면서도, 길 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면서도,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의 땀방울을 보면서도, 엄마품에 안겨 잠이 든 아이의 평온함을 보면서도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과 교감을 누릴 수 있다. 공감능력은 우리의 감성과 창의성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어, 온정이 넘치고 활력이 넘치는 삶으로 우리를 인도해 준다.

마지막으로는 관계의 능력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을 통한 건강한 배움과 성찰은 부모님이나 가족을 대하던 나의 모습을, 배우자나 이성친구를 대하던 나의 모습을, 친구들이나 동료들, 타인을 대하던 나의 모습을 변화시켜 줄 것이다. 또한 책과 관련되어 있거나 책을 통해 익힌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여러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지적 능력이나 공감능력은 더 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나의 매력으로, 성품으로 우리에게 덧입혀질 것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어떤 책은 보양식처럼 든든하고 기력을 증진시켜주기도 하고, 어떤 책은 패스트푸드처럼 쉽게 읽히지만 몸에는 좀 해로울 수 있는 책도 있다. 매일 몸에 좋고 똑같은 것만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매일 같은 책만 볼 수는 없다. 때로는 패스트푸드도 먹고, 군것질도 해야 삶이 즐겁고 입맛도 돈다. 중요한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것처럼, 책 읽기도 균형 있고 건강한 양서들을 분별하며 읽어 나가는 독서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 이렇게 건강한 자아와 정체성을 가꾸어가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고, 만물의 작은 움직임에도 감동하고 감사할 줄 알게 되고, 나와 너와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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