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공부)이란 무엇일까?
남이 앞서 연구해 놓은 지식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는 거?
율곡 이이는 학문하는 목적을 성인이 되기 위한 것이라 보고 뜻을 세워야 한다 했다.
사암 정약용은 공부의 출발을 효제, 마찬가지로 사람이 되기 위함에 두어야 한다 했다.
율곡과 사암 모두 학문(공부)을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거라 보고 있는데 이는 아마 유학의 기본 세계관에서 학문의 목적이 사람답게 되는 것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유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춘추전국시대의 각박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에 있었으니까.
공자는 춘추시대의 각박한 난세를 사랑(사랑이 포괄하는 개념어 '인'과 사랑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식(?) 실천이 '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 모두 덕이 있는 존재가 되면 사랑을 품을 수 있고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전쟁을 그만둘 수 있을 거라 희망한 데서 나온 철학이 바로 유학이었다.
서양철학의 뿌리는 회의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반발에 있었다. 그리스 철학의 대표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고 아우구스티누스가 열게 된 중세철학도 그렇고.
특히 그리스로마시대를 넘어 그 이후로는 서양이 크리스트교 문화권인 만큼 신의 존재가 부정된다면....
오우, 이것만큼 어마어마한 세계관의 붕괴는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서양철학에서는 절대적인 진리에 큰 관심을 두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존재한다는 진리를 통해 신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증명한 데서 서양철학이 지금에 이르렀으니.
그리고 등장한 데카르트의 철학. 중세철학의 기본 사고이던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문학을 해서 새로운 인류문명의 창조에 이바지하고 싶은 데서 출발했다. 그렇게 근대서양철학의 기반이 되었고 오늘날 현대문명에도 데카르트의 사고방식은 뿌리로 작동하고 있다.
그럼 내게 학문(공부)의 목적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내 꿈은 인류와 인류가 속해 있는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생존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내가 하고 있는 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
그런데 살아가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바로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기여하고 싶다면 나부터 잘해야 한다는 거 ㅎㅎㅎㅎ
괜히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순서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율곡이나 사암선생께서 생각하는 것처럼 학문의 최종 목적이 '사람다운 사람 == 성인'이 되는 것에 있지 않고 단순히 세상을 구하는 데 있어도,
내가 바로 서야 하고 내가 먼저 제대로 잘 되는 게 맞기에 당장에는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져서 내 한몫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 공부의 목적이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가 한 번쯤은 본인만의 공부의 목적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게 바로 학문에 앞서 입지(뜻을 세우다)하는 것의 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