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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11. 누군가의 삶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한 학생이 물었다. " 감동적인 글을 써야 하는데 어떤 글이 감동적일까요?"

곧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 기준 세상에 감동적인 일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감동이란 말 그대로 무언가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책을 읽으며, 시장에서 땀 흘리며 물건을 나르고 파는 사람을 보며, 졸음을 이기며 운전을 하는 버스 운전기사님의 모습을 보며, 두 손 가득 짐을 가지고 느린 걸음으로 걷는 노부부를 보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아이의 머리 위에 두 손 우산을 만들어 준 부부의 모습을 보며, 깁스를 한 친구의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느리게 걷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딸의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고 기쁨의 표정으로 집에 올라간 할아버지를 보며, 매미 한 마리에 온 세상이 멈춘 듯 집중을 하며 다가가는 아이들을 보며 난 문득 감동을 느낀다. 너무 잦은 감동이고 너무 자주 눈물이 흘러 감성적인 것인지 갱년기 증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늘은 티쳐스에 나온 재수생 이야기를 들으며 오열했다. 방황의 시간과 그리움의 시간이 그려져 눈물이 났고  학생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해 또 눈물이 났다. 슬픔의 눈물도, 기쁨의 눈물도, 기특함의 눈물도 모두 나에게는 감동으로 와닿았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문득, 아주 예기치 않게 마음이 몰캉해지는 경험을 한다.

말 그대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온수가 흐르는 강줄기로 스멀스멀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느낀다. 마음과 마음이 대가 없이 전해지고, 사람 사이 공감과 이해가 동반될 때 갑자기 스파크가 일어나듯 마음이 동한다. 나처럼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그윽하게 바라보다 혼자 훌쩍거리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인간극장이나, 극한 직업, 세상에 이런 일이,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왜 이런 프로그램이 마음에 깊숙이 와닿을까 생각해 보니 누군가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인터뷰로 엮인 책 역시 그렇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대답하는 자의 인생 중간쯤으로 휩쓸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런 순간 '감동' 받는다. 짧은 질문 하나에 정성스럽게 대답하며 자신의 삶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글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공감할 때, 그리고 애정으로 바라볼 때 마음은 움직인다.

'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라는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는 순간 타인은 나와 밀접히 연결된 한 인간이 된다. 바라보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렇다면 감동적인 글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누군가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선만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가 좋다!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거친 노력의 시간을 기사나 인터뷰로 찾아보면 애정이 한층 깊이 있어진다.

매일 당연하듯 먹는 엄마의 집밥. 엄마의 주방에서의 움직임을 공들여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밥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내 근처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애정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감동'을 느끼는 쉬운 방법 아닐까. 개개인의 삶은 특별하고 개별적이다. 고된 역사도, 명예로운 역사도 모두 가치 있다. 그러기에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마음이 움직이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학생에게 이야기해 줘야겠다. 누군가의 삶을 자세히 관찰하고, 적어보라고. 그 자체가 감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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