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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문해력

[12. 인간에 대한 문해력]



신문기사에 문해력의 실태를 꼬집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기본적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소통 자체에 오류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식'안내문을 보고는 중화요리보다는 한식이 낫다고 연락을 하고 / '우천시' 장소를 변경한다는 공지를 보고 우천시가 어디냐고 장소를 물어본다는 것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고, 심심한 사과는 재미없는 사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소통할 수가 없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해석한다.



인간에 대한 문해력도 필요하다.

나는 근처 도서관에서 5년 넘게 변화 스피치라는 강좌를 맡았다. 정원 25명이 3개월 12주 수업에서 함께한다.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이 모여 우리는 '말'을 하며 서로를 탐색하고 또 나를 탐색했다.

매년 상반기. 하반기 각각 25명 정원이 꽉 차서 운영되는 감사한 반이었고, 덕분에 나는 매년 50명, 몇 년 동안 300명 가까이 되는 분들과 만나 그들의 인생 깊숙이 들어가 그들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든이 넘은 분들도 수업에 참여하셨다. 항상 정장을 입고 맨 앞자리에 앉아 오래된 다이어리를 펴 열심히 메모하시던 한 분은 퇴직 후 다양한 배움을 통해 일만 하며 달려온 스스로를 위로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이날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

공감과 이해의 눈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에 막 입학한 20살 앳된 학생은 대학교 조별 발표가 두려워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20살 넘게 차이 나는 학생을 제 자식 대하듯 위로하고 격려하며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눴다.



사고로 언어장애를 받고 발음 재활훈련을 받던 중 우연히 스피치 강좌를 알게 됐다는 분의 발표는

사고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엄숙하고 무게감 있게 와닿았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의 이야기를 마음을 열어 듣는다는 것, 나는 이 5년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을 통해 인생의 많은 것들을 배웠다.  덕분에 농익은 생각도 가능해졌다.



지팡이에 의지해 느린 걸음을 걷는 분을 마주하면

뭔가 마음 한편이 아리기만 했는데 강좌에서 배움에 열정인 분을 만난 뒤로 걸어가는 그분의 숨겨진 인생을 생각해 본다. 내가 모르는 결코 알 수 없는 그의 파란만장한 세상에 대해.



젊은 세대의 거침없는 솔직함만 화두가 되는 세상 분위기에서 나는 묵묵하고 때론 두려움에 떨며 세상과 맞서는 수많은 청춘이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다 같은 인간이 아니고 다 같은 인생사가 아니니 우리는 나와 함께 하는 누군가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문해력, 활자 속 의미를 파악해 이해하는 것 마냥 인간의 인생사라는 자음 모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그렇게 노력해 보는 태도를 지니는 것은 중요하다.



당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합니다.

오해하지 않고 왜곡하지 않으려 진심으로 함께하는 중입니다. 당신의 인생을 꺼내 들춰준 감사한 마음으로 저의 인생 한 귀퉁이도 공유해 볼게요 같은 우러나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정확히 이해할 때 오해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내가 아는 게 전부 일 것이라는 착각과 편견을 버려야 그 케케묵은 이면에 보이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과 반짝이는 인생이 보인다. 말하는 사람보다도 그 언어를 그 음성을 그 태도를 바라보는 사람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인간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애씀이 결국 나도, 우리도 보듬어줄 수 있는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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