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2. 자기합리화
작업을 하다가 문뜩.
지구별에 온지 얼마나 되었을까?
... 날짜를 새는 건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배가 고프네.
바쁠 땐.. 식사시간을 놓쳐버리는 게 허다하다.
화가 난다.
난 배가 고프면 화가 난다.
공복이 싫다.
참을 줄은 아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나워진다.
내가 정신 쪽으로 어느 정도 성숙이 되었다 해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 강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립스틱이 지워질까~ 입 주위에 묻을까 봐~ 조심조심 먹어본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배가 슬슬 고파서 자장면을 먹었다.
자장면 먹을 때는 입 주위는 자장범벅이 된다.
그리고 뼈 있는 양념 닭발을 먹을 때도 한가득 양념을 묻히고 먹어서 입 주위가 너무 따갑다.
주변인들은 뼈 없는 닭발을 시킨다.
뜨더 발라먹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뼈 없는 게 깔끔하게 먹기에도 나쁘지 않더라고.
소금구이 닭똥집처럼 담백한 맛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불고기 햄버거를 한입 크게 물고 목구멍에 덩어리가 그냥 넘어갈까 봐 혓바닥을 굴려본다.
볼때기가 터질듯한 통증을 즐겨가며 컥컥거린다.
꾸역꾸역 볼이 터지는 느낌이 서서히 줄여 들기 전에 다시 한입 크게 물고 열심히 씹어댄다.
맛있어. 맛있어~
요술을 부린다.
와 구마구 먹고 싶은 음식들을 우르르르르르!!
기분이 슬슬 좋아지고 있다.
왠지 더... 여기 생활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오라는 넘은 안 오고
아무튼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스트레스 때문에 먹는 술은 살 안 찐다 나 모다나...?
자기 합리화.
지구인들의 다이어트는 항상 다음날에 시작하는 거라고 하더라.
다이어트는 해야하고 배고프면 사나와지고
"오늘은 실컷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해야지!"
나역시 자기합리화에 빠져있다.
먹빵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