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수미 세번째 정규앨범 [The Last Thing Left] 프리뷰
* 세이수미의 세번째 정규앨범 [The Last Thing Left]의 프리뷰를 요청받아 작성한 글이다. 모든 트랙이 아름답지만 특히 한글 가사로 적힌 이 곡에서의 수미 씨의 목소리가 청승맞다.
영어로 쓰인 노랫말을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다 왈칵, 눈물을 쏟을뻔 했다. 마음에 무언가 들고 났다. 평범하지만 거대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이웃들, 친구들, 그리고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The Last Thing Left]에는 빼곡히 박혀있다. 한편으론 사랑하는, 또는 기꺼이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The Last Thing Left]의 화자들은,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사랑을 믿는다.
세이수미는 유려한 선율의 인디팝을 연주하는 밴드인 동시에 넓은 의미에서의 펑크록 밴드이기도 하다. 마음 가는대로 그린, 그러나 곳곳에 세심함이 깃든 러프 스케치 같다. 두 장르 사이의 결코 작지 않은 간극을 메워주는 것은 딜레이 잔뜩 걸린 노이지한 사운드, 서프록스러운 플레이, 가끔씩 의도된 무미건조함, 약간은 괴짜스러워 보이는 애티튜드, 마치 폴 앤더슨의 어떤 영화들 같은. 하지만 [The Last Thing Left]에서 세이수미는 조금은 천연덕스럽게, 지금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팝을 선보인다. 다르게 말하자면 베스트 인디팝 메들리 오브 세이수미.
세이수미는 부산을 대표하는 밴드로서 자주 호명된다. 물론 그건 사실에 부합하지만, 가끔은 묻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대표한다는 것일까요.” 로컬리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으레 지역성을 가정하곤 하지만, 과연 지역성이란 실제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대신, [The Last Thing Left]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는 게 좋겠다. 이 노래들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사람들은 부산에 산다. 지금의 부산을 새롭게 쓰고 있는 것은 다만 이 한 무리의,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지금은, 때로는 다른 사람의 지금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것은 사랑과 예술의 아주 오래된 역할 중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