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후기를 곁들인 ,,,
피셜은 오피셜이 아니라 언오피셜의 약어로 쓰였습니다. 제목에서 어그로를 끌어보았습니다. 미안합니다 ,,,
2024년 4월 1일, EBS 스페이스 공감의 20주년을 맞아 공개된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2004~2023)'에 관한 글이다.
발표된 리스트는 다음의 웹페이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ebs.co.kr/space/bestalbum/albumList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 단편선(=나님)을 포함해 총 11명의 선정위원이 참여했다. 음악가 중에서는 나와 델리 스파이스의 윤준호,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이 참여했다.
김광현(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김학선(대중음악 평론가), 단편선(음악가), 박정용(벨로주 대표), 박준우(대중음악 평론가), 윤덕원(음악가), 윤준호(음악가), 정민재(대중음악 평론가), 정병욱(대중음악 평론가), 조혜림(음악콘텐츠 기획자)
선정위원으로 섭외가 온 것은 지난 2023년 12월이었다. 한창 연리목의 첫 EP [연리목 소곡집 [20]]을 작업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마지막 레코딩날이었다. 작은 손악기들이나 남은 보컬들을 레코딩 하기로 했다. 공동 프로듀서인 최영두의 파주 자택 작업실에 갔다. 레코딩을 끝내고 가리비를 먹고 있었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 받아보니 EBS의 황정원 PD님이었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이니, 조금 고민을 했으나, 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혼자 책임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N분의 1의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면 되는 일.)
음악가, 음악 프로듀서, 음반 제작자 모두 (한국에서는) 어떤 '선정'에 참여할 일이 별로 없는 직군이다. 그럼에도 음악가들이 선정위원에 포함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반복적으로 수행해온 일은 아니다 보니 하루는 PD님에게 연락을 해 '원하시는 바'나 '특정한 기준'이 있는지를 물었다. PD님은, 그런 것은 없고 다만 '음악성'을 기준삼아 자유롭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알겠습니다, 했다.
(부연. EBS 스페이스 공감의 입장과는 관계 없이, 한 개인 음악가인 내게는 '음악성'이라는 기준이 몹시 모호하게 느껴졌다. '예술성'이라는 단어와 유사하게, 그것은 너무나 많은 레이어가 함축된, 다면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무엇이 음악인지, 그렇지 않은지' 혹은 '무엇이 우수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분할'한다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모더니즘적 사고 아닌가? 싶다는 거.} 그러나,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인 것은, 어차피 모든 일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럼에도 그 순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내게는 '음악성'을 측정할 재간이 없던 탓에 대신 '취향'을 가능한 솔직하게 밀어붙이기로 했다. {물론 사운드, 영향력, 완성도 등을 그 과정에서 함께 고려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80년대생, 남성, 창작자, 창작자 이전에 리스너, 인디록에 빠져들어 인생을 이렇게 살게 된 사람의 취향이 이 리스트의 한 켠에 반영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12월과 1월 사이에 각자가 100여 장으로 구성된 리스트를 추려 제출하는 것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모두 취합된 후, 1월 중순에 대면 회의가 있었다. 대면 회의 전에 각자가 제출한 리스트를, EBS 측에서 종합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는 미리 선정위원에게 공유되었다. 발표된 버전에서는 순위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선정위원들이 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추천의 정도를 N점 척도로 제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동점을 기록한 앨범도 상당했다.
대면 회의는 3~4시간 가량 진행된 것으로 기억한다. 자리에서 공개되었던 바에 따르면 1인 이상의 선정위원 추천한 음반을 단순 합산해보면 500장이 넘는 양이었다. (새삼, 사람들 취향 참 다양하구나, 느꼈다.) 합산된 결과에 따라 펼쳐진 리스트를 보고, 한 음악가(나 밴드)에게 너무 편중되는 사례가 있는지, 다루어져야 하는 음악가지만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장르나 시대적인 편중이 있는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완벽할 수는 없다. 몇몇 장르는, 장르 자체가 가진 대중적 지반의 협소함 탓에 손해를 보는 경우도 보였다. 이를테면, 한 개인으로서는, D.I.Y. 애티튜드에 기반한 펑크록이나 인디록, 인디팝 등이 조금 더 다루어질 수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건 재즈건, 메탈이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이는 K-POP이 그 영향력이나 인기에 비해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생각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반박 시 니 말 맞음이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총의를 모아 그 날의 결론을 지었다. 발표된 리스트는 11명의 총의가 모인 결과다.
선정된 음반 중 다음의 음반에 대한 코멘트를 썼다.
이랑 [신의 놀이]
250 [뽕]
이민휘 [빌린 입]
김사월 [수잔]
갤럭시 익스프레스 [Noise on Fire]
공중도둑 [무너지기]
3호선 버터플라이 [Time Table]
무키무키만만수 [2012]
아마츄어증폭기 [수성랜드]
코멘트를 쓰는 것은 추천 리스트를 만들어 보낼 때보다 훨씬 고역이었다. 안면이 있는 사이가 대부분이었고, 그 중에서는 (실제의 사이와는 무관하게) 가까운 관계로 보일 수 있는 이들도 있으며, 음반에서는 표현되지 않은(또는 잠재적으로만 포함되어 있는) 퍼스널리티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 탓에, '공적 지면'에 걸맞는, 어느 정도의 객관성이 담보된 텍스트를 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쨌건 무언가를 써서 냈고, 아직까지는 항의가 들어오지 않은 점에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음의 링크에서 내가 작성한 10개 음반에 대한 코멘트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q5vxyMkNMMG6gbAdri8rEcYzLrVQYFDm8tkkK7oiRVs/edit?usp=sharing
정평이 난 훌륭한 음반과 더불어, 덜 알려졌지만 아름다운, 또는 가치 있는 음반들이 작게나마 회자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한편, 추천했으나 복수의 선정위원의 선택을 받지 않아 최종 발표에 포함되지 못한 음반들이 많다. 그 리스트를 붙인다.
(원래는 한장 씩 코멘트를 달까 했으나 그렇게 하려면 올해 내로 공개도 못할 것 같아 따로 코멘트 없이 업로드 한다. 몇 곡은 유튜브 링크도 남긴다.)
피들밤비[밤비록스] (2005)
불싸조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2006)
코코어 [Fire, Dance With Me](2006)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2006)
에레나 [Say Hello To Every Summer](2006)
눈뜨고코베인 [Tales](2008)
49 Morphines [Partial Eclipse](2009)
굴소년단 [Tiger Soul](2009)
소녀시대 [Gee](2009)
조월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2009)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0)
아침 [Hunch](2010)
트랜지스터 헤드 [Interruption by Interface](2011)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우정모텔](2011)
쾅프로그램 [나 아니면 너](2013)
Damirat [iraer / tiaroe](2013)
사람12사람 [빗물구름태풍태양](2013)
김일두 [곱고 맑은 영혼](2013)
오대리 [국풍’13](2014)
스컴레이드 [Out of Order](2014)
선결 [급진은 상대적 개념](2015)
파라솔 [언젠가 그 날이 오면](2015)
전자양 [소음의 왕](2015)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2017)
도마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2017)
박지하 [Philos](2018)
백현진 [가볍고 수많은](2019)
진수영 [밤, 물 빛](2020)
다브다 [But, All The Shining Things Are](2020)
정수민 [통감](2020)
김제형 [사치](2020)
예람 [성](2020)
시옷과 바람 [샘](2020)
놀이도감 [숨은 그림](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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