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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Mar 14. 2017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특히 쓰기로 마음을 먹고 실천에 옮기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내가 쓴 글이 제일 좋다. 그 어느 글보다 가장 몰입되고 공감이야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공개된 곳에 나의 일상이나 생각을 늘어놓는건 주저하게 된다. 그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겁이 난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나의 생각을 펼쳐놓는다는게 조심스럽다. 또 세상에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길에 널렸는데 거기에 내 글을 굳이 올려 견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아, 쓰면서도 느끼지만 참 눈치볼 것도 많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나는 은연중에 모든 행동에서 그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 아무튼 오늘의 나는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브런치를 켰다. 장하다 나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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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 한 잡지사의 에디터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사실 그때 에디터를 꿈꾼 건 아니고 광고카피라이터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손등이 닳도록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글은 계속 쓰고 싶었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시도를 귀찮아 하지 않으며 남들보다는 글에 관심이 있고 또한 꽤나 나쁘지 않은 글솜씨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에디터 최종면접을 보고나서도 사실 속으로는 내가 쓴 글들을 계속 곱씹어보면서 혼자 만족해했다. 떨어지고 나서는 아, 취미로는 되는데 밥 벌어먹고 살 정도는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점점 내 자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감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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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글은 선명하게 남는다. 말투보다는 글을 보면 그 사람을 파악하기 쉽다. 글 내용이 아니라 성실하게 글을 써온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글을 통해 누군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내 글도 그렇게 쓰이게 될 것이 두려웠다. 쓰는 것은 좋았지만 그게 나라고 밝히기가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궁금했다. 내 글을 나말고 다른 사람도 공감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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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고민을 마치고 나서도 이렇게 글을 남기기까지 긴긴 시간이 흘렀다. 당장 눈 앞에 쌓여있는 일들도 많을 뿐더러, 정말 내 자신을 위한 글이라면 내 오프라인 일기장에 쓰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으며 무엇보다 귀찮았다. 길을 걸으며, 새로운 것을 보면, 누군가의 대화에서 좋은 포인트를 캐치하며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해놔야지라고 마음은 쉽게 먹었는데 막상 이렇게 입력하기까지 너무나 게으름을 부렸다.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지만 내일도, 모레도 계속 쓸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을 견디고 기어코 글을 남기는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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