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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Jun 17. 2019

인연의 시작 버튼 활성화

나도 상대방도 괜찮지 않은 상황에서도 인연은 찾아온다

1. 지금도 너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내 가게에 새로 온 어린 알바생에게 잠깐 마음을 흔들렸다.

2.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와이프는 없고) 아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3. 마음이 잘 맞아 술 먹고 대화를 나누던 10살 연하와 원나잇을 한 뒤 그에게 점점 끌린다.


 텍스트로 상황을 옮겨 적으니 상황이 엄청 쎄게 느껴진다. 1번은 내가 매주 두 번씩 꼬박꼬박 놓치지 않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완벽한 남자주인공 유바비의 현재 상황이고, 2번은 첫 회를 보고나서 마음이 사정없이 두근거렸던 드라마 '봄밤'의 여자주인공 이정인의 상황이며 3번은 오늘 막 4화까지 두다다 몰아서 보고 홀랑 빠져버린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여주인공 배타미의 상황이다. 각각의 상황만으로도 굉장히 자극적이기 때문에 네이트판에 고민사연으로 올리면 글쓴이 편이 없을 것만 같은데 막상 컨텐츠로 보면 각 인물의 서사를 찬찬히 따라가며 봐서 그런지, 주인공들의 작품 속 외모가 설득력을 가져다주는 건지 어느새 감정이입하면서 각 인물의 상황을 이해하며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정말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기에 '일반적으로(?)' 아무런 껄끄러움과 부끄러움이 없는 상황에서만 사랑이 시작되는건가? 일단은 나부터 아니다에 조용히 한표를 던진다. 나는 헤어진 이후가 미리 걱정되어서 사내연애를 무척이나 반대하던 사람 중 한명인데 사내연애를 하는 중이며, 했던 모든 사랑 중에는 상대방이 솔로이지 않았을 때부터 호감이 쌓이고 마음이 열린 사랑이 있다. 물론 적으면서도 그 당시에 상대방의 애인에게는 언제나 죄책감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면(이 생각은 서른 이후에는 또 달라질 수도 있으려나...) 마음을 깨달았을 때 이별의 상대에게 속이지 않고 진실되게 이별을 말하고 내 마음이 가는 상대의 손을 잡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나 역시도 같은 이유로 내가 한창 사랑하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떠나보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에는 게임처럼 시작 버튼이 없다. 설사 있다하더라도 게임의 주인공인 내가 원할 때 그 버튼을 누를 수 없다. 나도 상대방도 누군가를 새롭게 만날 때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어느 사람에게나 자신있게 만남의 시작을 알려주고 싶은데 가끔은 그런 질문에 두루뭉술하게 답하고넘어가게 만드는 인연이 있다. 연인의 사랑 뿐만이 아니라 살면서 만나는 모든 인연에 우리는 본인이나 상대가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도 버튼이 눌리곤 한다. 


나는 평소에 집을 아주 깨끗하게 쓰진 못해서 누가 집에 놀러 온다고 하면 정리정돈이나, 청소,빨래,설거지 등등을 더욱 힘주어 하는 스타일인데 가끔은 내가 만족스럽게 집을 정리하지 못했을 때도 누군가 갑자기 우리 집에 방문하는 일이 있다. 잘 맞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너무너무 어려운데, 서로가 완벽하게 준비되고, 미리 예측되고, 평범한 만남에서만 인연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힘든일인가?


누구나 꿈꾸는 시작이 있을 것이다. 서로가 완벽히 혼자여야 하고 ( 심지어 솔로가 된 기간도 사람마다 중요할 수 있다.), 원나잇이나 소개팅어플 같은 것이 아니라 원래 알던 사이였지만 서서히 서로을 자연스럽게 알아야 한다거나 ( 이것도 일반동성친구,직장동료, 가족과 아는 사이 등등 안에서는 절대 연애 금지라는 원칙이 있는 사람에게는 제외된다.) 나도 상대방도 취업준비생이 아닌 직장인이어야 하고 등등의 서로의 상태에 대해 문제가 없는 그런 평범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시작 말이다. 이미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타이밍은 없다. 그냥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았다면 그게 인연의 시작이다. 이런 시작도 있다고 적어도 두 사람만 인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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