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간 남미에서 일하고(Work) 여행하기(Va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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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작년 19년은 한동안(?)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가보고 싶은 지역을 고민했다.
남미 대륙은 늘 한번 더 가보고 싶고, 원격근무를 해보고 싶지만,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서, 도전해보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휴가로 가자니 2-3주를 타이트하게 다녀와도 부족하기에 쉽사리 목적지로 꼽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해봤을 때, 3주간 4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일과 여행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래서 그 뒤부터는 Work + Vacation 느낌으로 주중에는 일에 집중하고, 주말 혹은 주말 + 휴가 며칠을 겹쳐서 근교 도시를 여행하는 방식으로 지내왔었는데, 이 땅덩어리 넓은 남미는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아내와 상의해본 결과. 언젠가 또 갈 수 있을 테니 일정을 무리하게 짜지는 말고, 가장 가보고 싶었던 우유니와 이과수 폭포 두 개만 잘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거기에 내 욕심을 살짝(?) 더 보태서 파타고니아까지 보고 오는 것으로 2개월 일정을 짜 보기로 했다.
원활한 업무 환경을 위해서 가급적이면 대부분의 시간은 대도시에서 보내고, 관광이 중심이 되는 곳은 주말과 휴가를 섞어서 가기로 했다. 남미는 한국과 12-14시간 정도 시차가 나기 때문에, 업무는 시간 12시간인 지역 기준에서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아래와 같이 일하기로 했다.
한국 시간 기준: 8시-16시
현지 시간 기준: 20시-04시
한국에서도 보통 늦게 자면 2-3시에도 자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고, 업무 시작하기 전에 낮잠을 2시간 정도 자면 체력적으로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차를 맞추다 보니, 현지 기준으로는 일요일 밤에 한주를 시작해서, 목요일 밤에 한주를 마치는 그런 방식이 됐다.
남미는 땅덩어리가 커서 도시 간의 이동시간이 굉장히 길다. 20시간 버스를 타는 것은 기본이고 길면 40시간 걸리는 버스가 있기도 하다. 그런 시간들을 아끼기 위해서 과감하게 대부분의 이동은 모두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은 최대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 이동도 평일 위주로 잡았다. 그리하여 스케줄이 완성이 됐다.
위에 스케줄을 도시별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뉴욕 3박 4일
부에노스아이레스 9박 10일
우수아이아 3박 4일
칼라파테 3박 4일
엘 찰튼 1박 2일
푸에르토 나탈레스 2박 3일
산티아고 7박 8일
푸콘 1박 2일
칼라마 1박 2일
우유니 4박 5일
라파즈 2박 3일
쿠스코 6박 7일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마추픽추) 1박 2일
이카 1박 2일
리마 7박 8일
참고로 뉴욕을 거쳐 남미를 가는 비행기표를 발권하게 된 사연은 여기에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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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 수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볼리비아의 경우 인터넷 상황이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빠르게 지나가되 대신 페루 쿠스코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는 스케줄로 정했다. 8주 간 일정을 이렇게 펼쳐보니 뭔가 살인적인 것 같기도 하면서, 두 달 정도는 이렇게 살아도 살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휴가는 총 5일 사용하고 그중에 이틀은 이동하는 시간에 3일은 우유니에서 보내는 것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칼라파테에서 반차를 두 번 더 쓰고, 코로나로 인해 남미 탈출(?)을 위해서 반차를 한 번 더 써서 총 6.5일 휴가를 사용했었다.
비록 중간에 급박하게 국경이 닫히는 등 외부 요인으로 급하게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느라, 우유니 이후의 일정들을 모두 취소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했던 이과수와 우유니를 보고 오는 목적을 달성하고 거기에 추가로 파타고니아를 나름 잘 보고 온 것 같아서 성공적인 남미 워케이션 일정이었던 것 같다.
인터넷도 생각보다 원활한 편이어서 꽤 놀라웠고, 이제는 정말 오지가 아니고서는 어디서든 일하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후기는 다음 편에서 정리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