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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시끄럽고 싶다.

여름밤 - Casker(캐스커)

꿈이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있었다.

한 번은 키가 작은 너였고

또, 한 번은 키가 큰 너였다.


얼굴이 희미했다.

"너는 누구야?"

나는 왜 너와 아무 거리낌 없이 기대어

즐거운듯이 얘기하고 있어?

너의 얼굴이 안보이는게 이상한데도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너가 누군지 모르겠다.

그건 아무 상관없었다.


현실이었다.

창문에는 차가운 바깥 기온 때문에  

축축한 습기가 이슬이 되어 흘러내렸다.

내방은 꽤나 건조하지만

그건 습기가 분명하다


TV를 켰다.

적막한 방안이

금새 생생하지 않은 소리로 가득찬다.

어지러워 끄고 싶지만

끌 수 없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랬다.



조용하게 시끄럽고 싶다.

그 옆에서 가만히 조용하게

시끄럽게 떠들고 싶다.





여름밤 - 캐스커
그럴 수 있다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
연약한 평화를 굳이 깨고싶진 않아서

차가운 결심이
내 몸을 떠밀듯 밀려와
천천히 공기는 얼어붙어

넌 멀리 있구나
마주 앉은 거리보다
어디서든 닿을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시간이 됐구나
생각조차 못했는데
너무 빨리 너무 빨리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로 또

후회는 없냐고
웃으며 너에게 물었어
무너진 마음을 애써 들키지는 않으려

메마른 감정이
내 몸을 떠밀듯 불어와
천천히 세상은 말라붙어

어쩔 수 없구나
믿음이란 이렇게도
파리하게 무너져 버리는 것 이었구나

짧기만 한 밤은
이렇게도 잔인하게
또 새로운 아침 해를
아무렇지 않게 허락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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